한신평 "ESG평가, 밴치마커될 것"
김형수 한국신용평가 PF본부장… 회사채 넘어 론·펀드·발행사까지 평가 확대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16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국내 ESG 인증평가 시장에서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란 평가다. 지난해 6월 신용평가사 3사 중 가장 먼저 ESG 평가방법론을 공개하며 관련 사업을 주도했고 최근 다수의 ESG 인증평가를 진행하며 실적측면에서도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김형수 한국신용평가 PF평가본부장


서울 여의도 한신평 사무실에서 만난 김형수 PF평가본부장(사진)은 ESG사업과 관련해 남다른 자부심을 표명했다. 한신평이 국내 ESG 인증평가의 기틀을 마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정부의 제도적 정비와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선견지명' 속 꼼꼼한 준비, 통했다



한신평이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 중 가장 먼저 ESG 평가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글로벌 신평사인 모기업 무디스(Moody's)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한신평이 본격적으로 ESG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2019년만 해도 국내에선 일부 공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에서 지속가능 경영의 필요성이 언급될 뿐 실질적인 ESG 관련 채권의 발행량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한신평은 무디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ESG 평가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며 다가올 시장 맞이에 나섰다.


김형수 본부장은 "지난 몇 년 동안 국제시장에서 ESG가 대세로 떠오르는 걸 보며 무디스는 2~3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ESG의 흐름을 준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선제적으로 인증평가 사업을 준비한 덕분에 타사 보다 앞서 스폐셜 리포트도 발간하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분류체계(텍소노미) 제정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디스와 한신평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평소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그린' 투자가 전세계적으로 급물살을 타더니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이어진 것이다. 


한신평은 현재까지 60여 개 발행기관으로부터 문의를 받았고, 기업설명회와 세미나를 통해서도 꾸준히 접촉을 이어나가는 등 관련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 발행사와 호흡 맞추며 시장 안정화 이끈다


SRI채권(사회적책임투자채권)으로 대변되는 ESG부문의 인증평가는 일반 신용등급 평가보다 까다롭다.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해당 프로젝트가 얼마나 적합한지 등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이후 철저한 사후평가도 요구된다. 발행사 입장에서 평가 조건이 훨씬 복잡하고 각종 자료를 제출하는 등 추가적인 행정 업무도 수반된다. 만약 ESG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발행사라면 평가 진행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


김 본부장은 SRI 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발목 잡히는 지점으로 '적정 프로젝트'의 선정 작업을 꼽았다. 각각의 발행사가 영위하는 사업이 다른 상황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ESG 내에 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중 어느 범주에 해당하는지를 기업이 스스로가 판단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지난 1월 근로자 과로사 등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1200억원 규모 소셜본드 발행을 준비했다. 조달자금은 중부 메가 허브터미널 자동화에 투입키로 했다. 하지만 한신평은 물류 자동화가 근로자 고용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린본드로의 방향 전환을 제시했다. 결국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소셜본드가 아닌 전기 화물차 등 택배 시스템 개선을 위한 그린본드의 발행에 나섰다. 


김형수 본부장은 "시장이 초기 단계다 보니 아직 사례들이 많이 없어서 다수의 발행사들이 적격 프로젝트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자금을 투자할 적격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지만 다행히 텍소노미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정했고 그린본드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 ESG 인증평가 절차


◆ ESG 평가 대상, 회사채 넘어 론·펀드·발행사까지 


최근 국내 신평사에서 진행하는 ESG 인증평가는 '회사채'에 한정돼 있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적정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개념 자체가 채권의 형식과 결이 맞는 까닭이다. 하지만, 한신평은 ESG 철학이 회사채를 넘어서 각종 금융상품에 적용될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 실제 한신평은 신평사 중 최초로 신용보증기금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ESG 평가를 진행하며 이같은 인증 평가 범위의 확대를 주도했다. 


김 본부장은 회사채 다음으로 '론(Loan)'과 '펀드'의 ESG 평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신평사의 평가범위가 기존 회사채, ABS, 기업어음(CP)에서 론, 펀드까지 범위가 확대되며 관련 역량을 충분히 쌓아둔 상태다. 국내 큰 손 투자자인 국민연금과 기타 정책금융기관에서도 론과 펀드를 주요상품으로 다루는 만큼 자연스럽게 ESG 인증평가 도입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ESG 적용 금융상품 확대에 이은 한신평의 또 다른 목표는 '발행사(Issuer)' 평가다. 현재 발행사의 ESG 등급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나 서스틴베스트 등 외부 평가기관이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신평사가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객관성을 기반으로 더욱 공신력 있는 이슈어 등급 평가가 가능할 거란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도 무디스와 발맞춰 ESG 인증 관련 사업을 체계화 시켜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에서 ESG 관련 사업은 한국신용평가가 최고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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