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자금세탁위험평가, 정답 없는 시험지
특금법, 뭘 써내도 '오답'...업계, 매뉴얼 개선 요구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08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아라 기자] 2019년은 블록체인 시장에 참으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그 해 정부로부터 오랫동안 소외받았던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국회 담장을 넘었다. 코인의 '코'자만 들어가도 고개를 돌렸던 정부 관계자들이 업계 요구를 법안에 반영하는 성과도 있었다. 지금 하는 사업이 'O'인지 'X'인지 답이라도 달라는 업계에 법 통과가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던 무렵까지, 가상자산 관련 첫 법안인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주요한 민생·경제 현안이 쌓이고 곳곳에서 민원성 쪽지 법안이 오가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금법 개정안은 순위에 밀려 맨 아래에 조용히 묻혀 있었다. 그대로 뒀다면 공청회 한 번 없이 그대로 통과됐을 분위기였다. 그랬다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오는 3월 25일 법 시행을 맞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금법이 국회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업계의 끊임없는 두드림 때문이다. 협회를 비롯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용기를 내 국회를 드나들고 소통을 시도하며 업계 사정을 토로했다. 법안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꾸준히 소통했다.



그렇게 바뀐 법안이 지금의 특금법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수리 요건 중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 발급의 기준과 조건을 정해달라는 시장의 목소리가 특금법 제7조 9항에 담겼다.


여기까지가 내가 본 블록체인 시장이다. 소통으로 제도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은 고무적이었다. 업계는 주요 4대 거래소 중심의 독과점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방침을 지키며 힘들게 거래소를 운영해 온 사업자들도 기회를 얻으리란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이제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것 같았다.


일 년 후 다시 돌아온 블록체인 시장은 당시 기대와는 꽤 다른 모습이다. 비트코인이 연일 고점을 갱신하며 디지털 금융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관련 법안은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시행령과 매뉴얼, 고시가 나오는 동안 실명계좌 발급 요건은 결국 명시되지 않았다. 정답은 없지만 채점이 진행되는 시험지. 무엇을 써내도 모두 오답인 시험지. 지금 특금법의 모습이 딱 그렇다.


개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오는 3월 2일까지 특금법에 대한 의견서를 받는다. 업계는 이러한 창구를 활용하는 한편, 국회나 협회를 통해 정확한 정답을 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직접 주무부처에 전화해 묻고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시장에 유리한 제도적 환경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9년 시장이 했던 것처럼 다시 두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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