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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와 씨티銀
이규창 기자
2021.03.03 08:28:06
한국씨티銀 철수설에 관치금융 도마···또 하나의 현지화 실패 사례일 뿐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창 기자] '글로벌 스탠다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위 경제 공무원뿐만 아니고 금융, 산업,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종사자를 압박하는 단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시달렸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정부의 정책과 제도 시스템에는 비교적 잘 녹아들었으나 민간 분야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켰다. 단순히 기존 관행과의 충돌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이 많았다. 당시 모 금융회사 소속 IT담당 임원은 기자에게 불만에 토로했다. 그는 새 주인이 된 외국계 금융회사의 시스템을 채택하라는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 누가 봐도 해당 외국계 회사의 IT시스템이 후진적이었기 때문이다. 본사 등 해외 네트워크와 연계하려면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지시에 보완 시스템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IMF 조기졸업 후 정신을 차린 우리 기업은 외환위기 전후로 국내에 대거 진출한 외국계 기업과 경쟁을 시작했다.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를 늦게 배웠을지언정 한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 기업은 곳곳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마트와 까르푸의 철수. 


외환위기 전후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세계적 유통공룡 월마트와 까르푸는 2000년대 중반에 차례로 한국을 떠났다.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선진국형이라는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다 국내 유통 기업에 밀려났다.   


최근에는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이 다시 불거졌다. 한국씨티은행은 그동안 지점을 대거 줄였고 오랜 시간 신입 행원을 뽑지 않았으며 신사업 진출에도 소극적이었다. 철수설이 심심찮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미국 씨티그룹이 '전략적 검토'라고 밝혔다. 언론에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의 인수후보군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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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금융그룹이라는 씨티그룹이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 말 그대로 '글로벌 스탠다드'의 전형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 국내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러한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 배경을 놓고 이상한 말이 들린다. 관치금융이 철수설의 하나의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올해 금융당국이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제한한 것과 맞물려 묘한 느낌을 준다. 


과연 그럴까. 씨티그룹의 '전략적 검토'에는 한국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철수를 검토해왔을지도 모른다. 한국씨티은행은 2011년 이후 신입행원을 뽑지 않았다. 2019년에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배 이상을 배당했다.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점포수를 2016년 말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최근 금융회사는 물론 빅테크, 핀테크 기업까지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신청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처럼 해마다 성장하고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 과연 똑같은 행보를 보였을까. 정말 관치금융이 문제라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처럼 적응할 수는 없었을까.     


영국 경험론의 시조격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인간이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해서 생기는 유형을 그 유명한 '네 가지 우상'으로 설명했다. 이 가운데 권위나 전통을 아무런 비판 없이 믿는데서 생겨난 편견을 '극장의 우상'이라고 명명했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관치금융 비판은 어쩌면 편견에 사로잡힌 자학이다.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면 과거 월마트처럼 한국에서 장사를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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