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한스바이오메드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이름만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외이사들이 임원(사내이사) 의사결정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참석도 하지 않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스바이오메드의 김재욱, 오상석 사외이사는 지난 2019년 12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후 이사회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이 이사회에 불참한 공식적인 이유는 개인 업무와 일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욱 사외이사는 현재 민트병원 대표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 병원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스바이오메드 본사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오상석 사외이사는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2019년 자산총액 1000억원을 넘기면서 사외이사 두 명을 선임했다. 상법상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이 회사 자산총액은 1318억원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존 기타비상무이사들 대신 사외이사 두 명을 영입, 이사진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진 유명무실하다. 이사회는 지난해 총 12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임원들만 참석해 100% 찬성을 의결하고 있다. 전환사채(CB) 발행 및 대표이사 신규 선임 등 중대한 안건이 적지 않았음에도 사외이사들은 자리에 없었고 내부 임원들 의사에 따라 안건이 처리됐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가 큰 위기에 빠졌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 부적합한 인공유방을 생산하고 전국 7만여개를 의료기관에 공급한 것이 적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징계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해당 품목에 대한 판매 중지와 회수를 명령하고, 성형학회·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를 통해 의료기관에 해당 제품의 사용을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이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단기차입금을 100억원 더 늘리는 등 부채를 더 지고 있다. 이어 새해부턴 주요 제품에 대한 생산 중단까지 알렸다. 일각에선 회사가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사외이사들의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한스바이오메드 측은 사외이사 출석률 0%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참석률에 대한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주요 안건이 논의될 경우, 사전에 두 사외이사의 승인을 받고 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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