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국내·외 대표 주관사 '3곳' 선정 이유는?
국내 투심 부족 만회 목적…'기간산업' 관심 높은 해외 기관 정조준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5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현대중공업이 무려 3곳의 증권사에게 대표 주관사 지위를 부여하는 보기 '드문' 결정을 내렸다. 당초 국내 증권사 2곳에만 대표 주관사 지위를 부여할 예정이었지만 외국계 증권사 한 곳을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종에 대한 국내 공모주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투자자 모집을 진두지휘할 외국계 증권사에게도 대표 주관사 지위를 부여해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총 3곳의 국내외 증권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처음에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만 대상으로 대표 주관사 지위를 부여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시키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IPO 시장에서 외국계를 포함해 국내외 주관사를 3곳이나 두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00년대 이후 공모 규모가 9000억원을 상회하는 대형 IPO는 총 11건이었다. 그런데 이중 대표 주관사 수가 3곳 이상이었던 적은 단 1건(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외국 증권사 없이 국내 증권사로만 대형 IPO가 진행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현대중공업이 외국계 증권사를 굳이 포함하면서까지 대표 주관사 수를 3곳으로 늘린 결단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앞서 카카오게임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경우 국내증권사만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해 IPO 흥행을 이루기도 했다. 올해 대형 IPO 중 하나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외국 증권사 없이 국내 증권사만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종에 대한 국내 공모주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친환경 선박부품업체 파나시아의 경우, IPO 시장 호황 속에서도 청약에 실패하면서 상장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 2곳에게 대표 주관사 지위를 주어 최대한 IPO 모객(세일즈)에 힘쓰는 한편, 외국 증권사에게 대표 주관사 지위를 주는 식으로 힘을 실어 해외 투자자 모집에도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 주관사로 임명될 경우 IPO 추진 방식이나 전략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전통산업군이라도 기간산업에 속한 기업엔 우호적인 투자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CS에게 대표주관사 지위를 주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주주구성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전체 16%에 달한다. 또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주주 비중도 15%다. 이는 지난해 IPO 흥행을 달성한 대표 기업 SK바이오팜의 외국인 주주 비중(11%) 보다 높은 수치다. 공모주 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이 바이오 기업에 쏠리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쪽 자산가들 혹은 롱펀드들은 조선업과 같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네트워크가 강화됐다고는 해도 아직 미국과 유럽 쪽 영향력은 적은 만큼 CS에게도 추가로 대표 주관사 지위를 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표 주관사 수가 3곳이나 되는 만큼 주요한 의사 결정마다 불협화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하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IPO 추진 과정에서 국내사와 외국계의 갈등은 물론 국내사끼리도 공모 전략이나 모객 방식에 대해 의견이 충돌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일부 IPO 기업은 대표 주관사를 1곳만 두고 공동주관사에 3~4곳의 국내외 증권사를 임명하는 식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분할 신설회사)으로 나뉘어졌다. 물적분할 결과 현대중공업은 상장사에서 비상장사가 됐다. 최대주주는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6조3157억원, 영업이익 1015억원, 순손실 67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반기 실적 기준으로 지정감사를 신청한 후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공모주 청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IPO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 규모는 약 1조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기업의 목표 시가총액은 약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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