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비(非)일관성 '유감'
심사 잣대 모호, IPO 시장에 '찬물' 우려…쿠팡의 미국행 숙고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8일 08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3월은 증권사 기업공개(IPO) 실무진(IB·Investment Banker)들에게 가장 바쁜 달로 꼽힌다. IPO 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신청해 받은 지정감사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는 한국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청구)할 때 반드시 첨부해야하는 서류다. IB들은 지정감사 보고서가 나오는 기업 순서대로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작성한다.


올해 3월은 유독 바쁘기도 하다. 증시 및 공모주 시장 호황에 힘입어 IPO를 추진하려는 기업이 수두룩해서다. 예상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조(兆) 단위 대형 IPO가 차고 넘친다. IPO 딜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서 투자자들의 청약 수요가 분산되지 않게 최대한 빠르게 공모에 착수하려는 마음이 크다. IB들은 '자발적' 야근도 불사하고 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IB들이지만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있다. 밤샘을 불사하는 '노고'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의 불확실성이 최근 커졌다고 IB들은 입을 모은다.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청약 권유조차 해보지 못하고 IPO를 접어야 한다.


거래소 심사에 대한 불안감은 '비(非)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적자' 기업의 특례 상장 심사 기준에 대한 불만이 크다. 똑같이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어도 어떤 곳은 성장성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심사 철회'를 종용하고, 어떤 기업은 장래가 유망한 혁신적인 기업이라며 '심사 승인' 판정을 내리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 1위 기업 '제주맥주'와 공유 오피스 업계 1위 기업 '패스트파이브'에 대한 거래소의 '어긋난' 판단이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모두 상장 방식으로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기업 특례 상장)' 을 택한 곳들이다. 회사 설립 후 매출이 급속하게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거래소는 패스트파이브에게는 지난해 심사 미승인 의견을, 올해 제주맥주에게는 승인 의견을 제시했다. 


작년 패스트파이브에 대해서는 '기존 임대차업체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승인 의견을 냈다. 같은 잣대라면 제주맥주 역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전체 맥주 시장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제맥주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잇달아 진출하면서 기존 맥주와 수제 맥주의 시장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장래나 혁신성만 놓고 볼때 '공유 경제' 최전선에 있는 패스트파이브가 더 유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억울한 일이 많아서인지 최근에는 심사 철회를 종용받은 기업들이 일종의 '항소심'에 해당하는 시장위원회 개최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심사 승인 여부는 거래소의 상장위원회에서 과반수의 표결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불복해 상위 기구격인 시장위원회에 다시 심사 승인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다. 쿠팡의 미국행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불확실성 탓에 국내 상장을 포기했다는 의견도 있다. 쿠팡과 같은 선택을 하는 기업이 과연 더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한국 자본시장이 1류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유망한 기업들이 증시에 많이 상장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막무가내로 기업을 증시에 입성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상장 예비심사의 '비일관성'에 대한 지적과 불만에 한국거래소가 좀 더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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