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SKC의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사업이 수년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양산 준비를 마쳤지만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한 탓이다. 투명PI필름은 20만번 이상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도 깨지지 않는 제품으로,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쓰인다.

SKC의 필름사업(현 인더스트리소재사업)은 2016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재료 비용 부담 증가 ▲경쟁심화에 따른 판가 하락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PET필름을 비롯한 기존 제품들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에 따라 2015년 336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던 필름사업부는 2016년 70억원의 영업손실(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대신에 투명PI필름을 비롯한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만회하고자 했다. SKC가 처음 투명PI필름 사업 진출을 공식화 한 건 2016년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폴더블폰 출시 일정에 맞춰 SKC는 투명PI필름 목표 양산 시점을 2019년으로 잡았다.

SKC는 투명PI필름 사업 영위를 위해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17년 총 817억원을 들여 SKC하스(이후 SKC하이테크앤마케팅으로 사명 변경) 지분 51%를 인수하고 100% 자회사로 뒀다. 직접 필름 가공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조치였다. SKC는 2007년 미국 롬앤하스와 SKC하스 합작사를 만들었는데, 합작사 설립 이후 경업금지 의무조항 때문에 필름 가공사업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지분 100%를 인수해 투자제한을 해소했다. 

이후에는 양산시설을 갖추기 위한 투자가 이어졌다. SKC는 충북 진천 공장에 680억원, SKC하이테크앤마케팅에 170억원, 총 850억원의 자금을 나눠 투입했다. 두 회사는 SKC가 투명PI필름을 생산하면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이 코팅 및 가공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에도 투명PI필름 출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급을 기대했던 삼성전자가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의 제품을 채택하기로 하면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로욜, 화웨이 등은 다른 경쟁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경쟁사와 달리 현재까지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서, SKC 필름사업부는 여전히 저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SKC의 인더스트리소재사업부는 별도 기준 2018년 107억원, 2019년 463억원의 영업손실(한국기업평가 기준)을 냈다. 

SKC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투명PI필름 부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폴더블폰 외 태블릿PC, 롤러블(돌돌 마는 형태) 제품 공급을 노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SKC의 필름사업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SKC가 투명PI필름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름사업부의 자회사 전환 추진 이야기가 나오는 점 역시 이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C는 최근 필름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배터리 동박 사업(SK넥실리스)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이와 관련이 없는 사업은 정리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전환 이후에는 필름사업부의 지분 일부 매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SKC 관계자는 "인더스트리소재사업은 2020년 연결기준 631억원, 별도기준으로도 2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SKC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자회사 전환은 추진하고 있지 않다. 투명PI필름은 올해 하반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