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범죄이력 안 보겠다는 특금법
최대주주라도 임원진 아니면 영향없어...허술한 사업자 요건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09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가영 기자]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 인가 요건과 관련된 취재를 하면서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했다. 거래소 사업을 하는데 대표 및 임원진, 최대주주 등의 범죄경력은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발표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매뉴얼'에 따르면 대표와 임원진이 금융관련 법률 위반을 할 경우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법 시행일인 3월 25일 이후 최초로 법률위반행위를 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해놨다.


지난달 발표된 마이데이터 사업자 심사요건을 살펴보면 가상자산 사업자에 비해 더 깐깐하게 심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사요건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임원이 지배구조법이나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결격사유로 본다. 임원진의 지난 5년간의 범죄이력을 본다는 의미다.



분야만 다를 뿐 같은 금융 사업자인데도 너무나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이 범죄의 온상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 기준이 전반적으로 허술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7년 코인 투자 열풍이 돌면서 급성장한 가상자산 시장은 투기세력의 밀집으로 인해 많은 산통을 겪어야 했다. 그 중 하나가 거래소들의 시세조작, 자전거래, 횡령과 배임 등의 범죄였다. 2018년 당시 국내에 300개가 넘게 존재했던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재 대다수가 문을 닫아 50개 내외만 살아남은 상태다. 단순히 회원수가 부족해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많은 거래소들이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대표적으로 2018년 문을 연 올스타빗은 설립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임원진의 횡령, 장부거래, 시세조작, 공지미이행 등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후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6명이 투자자 속여 300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고소가 진행 중이던 2018년 하반기에도 이들은 '카브리오빗'이라는 이름의 다른 거래소를 새로 만들어 운영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카브리오빗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칫 올스타빗과 같은 피해가 또 발생할 뻔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거래소인 코미드의 대표 역시 사전자기록위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코인빗, 코인제스트 등도 사기혐의로 고소가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대로라면 올스타빗 운영진처럼 범죄이력이 있더라도 새롭게 거래소를 개설해 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법 시행 전에는 무슨 범죄든 저질러도 괜찮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가 임원진이 아니라면 사업자 신고 불수리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의문이 남는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의 최대주주인 이정훈 빗썸홀딩스 의장은 현재 빗썸의 사내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 및 임원진에 해당하지 않는다. 거래소들의 지배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빗썸과 비슷한 경우는 다수 있을 것이다. 만약 최대주주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임원만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업비트에서만 하루 최대 10조원이 거래됐다. 빗썸의 회원수는 50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큰 금액이 오가는 시장이다. 정부가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을 투기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업자 심사에 더 철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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