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에만 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선제 투자에 나선다는 차원이다. 다만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백악관의 거부권 행사 기한이 한 달여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가량을 투자해 미국 생산시설 두 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2공장 설립 역시 상반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상반기 내 최소 두 곳 이상의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이번 투자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부지 물색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마무리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만 7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 기존 미시간 공장 생산능력 5GWh를 포함하면 총 75Gwh의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 제품 비중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한국과 중국에만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최근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미국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며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의 로즈타운모터스, 프로테라 등이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가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최종 판결은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돌아갔다.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배터리셀, 모듈, 팩 관련 부품 및 소재에 대해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문제는 이 같은 판결에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은 약 한달가량 남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투자는 해당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 고용 인력 4000여명, 공장 건설기간 투입 인력 6000여명을 고용할 계획으로, 총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 측 설명이다. 미시간 공장(1400명), 오하이오 합작법인 공장(1100명)까지 합치면 직접 고용 인력만 6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공장을 모두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해 '그린팩토리'를 구축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상반기 내 두 번째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규모, 부지를 확정할 것"이라며 "오하이오주 1공장과 비슷한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차세대 첨단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 1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미국의 그린뉴딜 정책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배터리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미국 전기차, ESS 분야의 최고의 파트너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