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분자진단 전문 기업 씨젠이 사내병원을 설립한다. 병원 운영을 통해 분자진단 검사 일반화 등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사업 확대 전략까지 모색하겠다는 비전이다.
씨젠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업목적으로 '의료기관 운영 및 컨설팅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사내의원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진단업계에서는 씨젠이 사내의원 구성하는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이뤄낸 1조원대 매출 유지를 위한 사업다각화의 첫 단추 아니냐는 얘기다. 올해는 백신 보급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씨젠이 지난해와 같은 코로나19 수혜를 누리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씨젠은 사내의원 운영을 통해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회사도 어느 정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씨젠 관계자는 "사내의원 설립은 회사의 다음 단계에 대한 얘기"라며 "의료법상 기업의 병원 소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이 오가는 병원을 만들 순 없다. (사내)의사가 회사 내 상주하면서 직원 의료 상담, 분자 진단 적용의 확대 등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다른 관계자는 "씨젠이 가는 최종 목적지는 분자진단의 일상화다. 회사는 이를 염두에 둔 다양한 사업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키트 외길'로 표현되는 지금까지의 보수적인 경영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업다각화 길목에서 비영리법인인 씨젠의료재단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씨젠의료재단은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의 동생인 천종기씨가 지난 2013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듬 해 네오딘의학연구소였던 이름을 씨젠의료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천종윤 대표는 이 재단의 이사 중 한 명이다.
씨젠은 최근 호황에 따라 보유현금이 2019년 말 491억원에서 지난해 말 3081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어느 때보다 사내 현금이 풍부하게 쌓였으나, 코로나19에 따른 반짝 실적일 뿐, 회사의 미래 비전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함께 나온다. 지난해 총 1081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 빌딩과 경기도 하남시 땅 등 부동산을 산 것이 작년 한 해 동안의 유일한 투자였다. 씨젠이 올해는 외연 확장을 모색하고 나선 만큼, 많은 현금을 어떻게 쓰고 아이디어를 짜내는가에 따라 회사의 '롱런' 여부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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