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코로나19 쇼크' 여파로 신음 중인 호텔신라가 지난해 말 강등된 신용등급을 지켜낼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수익·재무비율은 등급 추가하락 조건에 몰린 가운데 신평사들은 하반기부터 반등할 호텔신라의 실적 개선폭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등 국내 신평사는 지난해 12월 'AA(부정적)'이었던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전염병으로 인해 국제 여객기가 뜨질 못하면서 호텔신라의 주력인 면세사업이 적자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당시 호텔신라의 추후 신용등급에 대해선 실적 및 재무조건에 따라 또 다시 강등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는데 호텔신라는 이미 하향요건을 충족했다. 한기평은 지난해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당시 추가 하향요인에 연결기준 EBITDA(감가상각 및 이자지급·세전이익)대비 순차입금(차입금-보유현금) 비율 5.5배 초과, 차입금 의존도 45% 이상을 꼽았다.

지난해 말 호텔신라의 연결 순차입금은 1조3727억원에 달한 반면 EBITDA는 386억원에 그쳤다. 이에 호텔신라의 지난해 EBITDA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35.5배로 집계됐다. 작년 말 차입금 의존도 또한 56.2%로 하향 조건대비 11.2%포인트나 높다.

이는 호텔신라의 면세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한 결과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해외 여객수요 급감으로 1853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감가상각비나 이자비용이 소거된 EBITDA는 흑자를 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92.5% 급감했다.

주력사업의 부진은 재무구조를 악화하는 데 한몫했다. 돈을 못 버는 상황에서 일정 사입 규모는 유지해야 하는 터라 보유 현금 대부분을 지출했고 만기도래 회사채는 차환발행해 급한 불을 끄는 데 바빴던 까닭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호텔신라의 보유 현금은 전년대비 52.7% 감소한 2545억원에 그친 반면 총 차입금은 4.2% 증가한 1조6273억원으로 집계되며 순차입금은 전년대비 34.1%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도 추가 하락은 호텔신라의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 1~5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67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차환할 때 이자비용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물론, 하향요인을 충족했다고 당장 호텔신라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평사들이 신용도를 강등한 요인 중 하나는 호텔신라가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점을 일정부분 반영했다. 

특히 호텔신라의 올해 실적은 전년대비 개선될 여지도 있다. 임대료 부담이 막대한 공항 면세점의 경우 정부와 국제공항측에서 임차부담을 덜어줬고 국내 시내면세점은 다이궁(보따리상)을 상대로 영업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것에서다. 이에 증권사들은 올해 호텔신라가 749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면세업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결산 기준 수익·재무수치만으로 등급하향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면세업 수익성은 올해 상반기까지 안 좋다가 하반기 들어 일정부분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신평사의 기존 예측보다 면세업황이 개선되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재무지표 등이 더 악화될 경우 또 다시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