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승현 기자] 삼성자산운용의 해외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국내 사업에만 집중한 '내수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탑3 자산운용사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외법인의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16일 삼성자산운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누적 당기순익은 총 28억7382만원이다. 홍콩, 뉴욕, 런던 법인에서 각각 12억4419만원, 9억6607만원, 6억6356만원씩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의 누적 당기순익 707억300만원의 1.76%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리자산 규모로는 삼성자산운용의 전체 관리자산(약 280조원)의 약 4% 수준에 그쳤다. 삼성자산운용 해외법인의 총 관리자산 규모는 올해 1월 말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법인 별로는 홍콩 1조9000억원, 뉴욕 6조6000억원, 런던 3조9000억원이다.
해외법인 중 가장 이익기여도가 큰 홍콩법인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 3년 만에 다시 순익이 감소하고 있다. 홍콩법인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약 68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 2017년 손실만 16억원에 이른다. 이후 3년 만인 2018년 13억7213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으며, 2019년에는 19억6490만원으로 최고순익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순익이 12억4419만원에 그치면서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앞서 4년 만에 싱가포르 법인을 접은 경험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 홍콩법인 설립 후 곧장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인도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풍파에 버티지 못하고 청산했다. 이에 현재 홍콩, 뉴욕, 런던 세 곳에 거점을 두고 해외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1, 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비교하면 해외법인의 존재감은 더 작아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영국, 브라질, 미국, 홍콩 법인에서만 377억7937만원의 순익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 당기순익의 1349억3350만원의 14.7%를 차지하는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위 법인 외에도 호주, 중국, 베트남 등 12개 지역에 14개 법인, 1개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관리자산 규모도 해외법인 비중이 4% 수준에 그치는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법인이 총 관리자산의 3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체 관리자산 255조원 중 77조원이 해외법인 관리자산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강자로 불리는 만큼 국내 사업 기여도가 대부분인 삼성자산운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1위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해외사업을 전부 합쳐보면 규모와 영업 면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압도적인 1위"라면서 "사실상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에서만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당장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 보다는 현재 운용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각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24시간 글로벌 운용 인프라를 앞세워 글로벌 채권,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등 선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상품개발과 운용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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