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수일 내로 외화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공고를 다시 낼 예정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에 외화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제안서를 제출한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은행들이 '동일 금융지주사 중복제한' 조항 때문에 제안서 제출을 꺼려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는 이 조항을 삭제하는 등 입찰 조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동일 금융지주사 중복제한이란 한 금융지주사가 국민연금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최대 2개로 제한된다는 뜻이다. 이미 국민연금의 업무 2개를 수행하고 있는 금융지주사가 외화금고 은행에 선정되면, 업무 1개를 포기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이번 공고에는 이 조항을 싣지 않기로 했다. 앞선 관계자는 "더 많은 은행이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외화금고 은행인 하나은행이 계약 연장을 못한 것도 동일 금융지주사 중복제한 조항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펀드서비스는 국민연금의 자산 사무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다른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지난해 국민연금 수탁은행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하나은행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 외화금고 은행의 업무는 크게 ▲외국환 거래 관련 출납 사무 ▲외화 보통예금 계좌 관리 ▲각종 신고 및 보고 ▲외화 단기자금 한도 관리 등으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외화금고 은행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장기화와 국내 시장 포화로 이자수익을 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은행들에겐 매력적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규모를 매년 꾸준히 늘리고 있는 점도 외화금고 은행의 수수료 수익 확대를 기대케 만드는 점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투자한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는 약 303조원이다. 2015년 12월 말 해외 투자 자산의 총 가치가 약 124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외화금고 은행 선정 시 활용할 29개 평가지표 가운데 ▲외화 출남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적정성 ▲외화금고 은행 내 외화 사이버뱅킹 연계 방안 ▲환전 업무 수행 방안 ▲취급 가능 통화 ▲외국환 전문 처리 실적 등에 배점을 높게 책정했다. 앞선 관계자는 "재무 안전성과 유동성 등도 보지만, 업무수행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내달 초까지 은행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현장실사와 기술협상 등을 진행하고 오는 5월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새로운 외화금고 은행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금고 은행의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이후 1년 단위의 평가를 거쳐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민연금 외화금고은행 역할을 한 곳으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