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현지시간 기준 김범석 쿠팡 의장이 지난 15일 구주매출을 통해 보유주식 120만주(475억원)을 매도하면서 쿠팡 기존 주주들의 차익시현 시점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칙상 구주매출을 제외한 주주 물량은 상장 후 180일이 지나야 매도 가능하다. 김 의장을 포함한 주주들이 상장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맺은 락업계약에 따른 것이다.
락업이란 상장 전에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들이 상장 후 얼마간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이 상장 직후부터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경우 주가가 요동쳐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여기에는 쿠팡 대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를 포함해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16.6), 그린옥스캐피탈의 창업자인 닐 메타(16.6%), 김 의장(10.2%) 등이 포함된다.
다만 쿠팡 주주와 골드만삭스 간 락업계약에는 예외조항 또한 많기에 락업 해제일 전까지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끊임없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장 먼저 풀리는 지분은 쿠팡 임직원이 보유 중인 주식 일부다. 쿠팡과 골드만삭스는 상장 후 6거래일(오는 18일)에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들 몫 가운데 3400만주를 매도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내주에는 조건에 따라 2000만주가 넘는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다. 김범석 의장과 계열사를 제외한 락업계약 당사자는 상장한 이후 10거래일 동안 5거래일 간 쿠팡 주가가 공모가(35달러)대비 133%(81.55달러) 이상일 시 2090만주를 매도할 권리가 생긴다.
이는 쿠팡 주식으로 전환되는 컨버터블노트(오픈형 전환사채) 중 33%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앞서 쿠팡은 2018년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투자금이 소진돼감에 따라 5억150달러(5700억원) 규모의 컨버터블노트를 발행했다. 쿠팡 주가가 조건대로 81달러를 유지하면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은 큰 재미를 볼 전망이다. 쿠팡이 발행한 컨버터블노트 가운데 4억2970만달러(4600억원)이 그린옥스캐피탈 몫이다.
기존 주주들은 오는 5월에도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 있다. 쿠팡과 골드만삭스 간 락업계약 예외 조항에는 쿠팡이 상장 후 첫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4영업일에 임직원이 보유한 잔여 물량(2460만주)을 매도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밖에 김범석 의장과 계열사 보유 주식을 제외한 지분 25% 가운데 70만주도 같은 날 시장에 풀릴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락업 해제일 전까지 쿠팡 주주들이 조건에 따라 매도할 수 있는 물량은 총 8020만주다. 이는 쿠팡의 유통 주식수(17억1514만주)의 4.7%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공모가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왔고 상장 이후 주가 또한 이보다 높다는 점에서 주주들이 일찌감치 재미를 보지 않겠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주주들이 락업 해제 전 주식 매각이 쿠팡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쿠팡은 대주주 지분이 락업에 걸려 있는 터라 유통주식수가 적다"면서 "이는 주가 방어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는데 기존 주주들이 5% 안팎의 지분을 내놓게 되면 유통주식이 확대되는 데다 주요 주주가 매도한 것인 만큼 향후 주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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