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금융펀드의 함정
무더기 환매중단···무엇이 문제인가
①해외 상황 깜깜이···비정상적 펀드 구성, 보상도 하세월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10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적인 재간접펀드(fund of funds)인 해외 무역금융펀드가 무더기 환매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불법행위 및 사기 등에 연루된 '라임사태'와 달리 정상적인 무역금융펀드조차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제무역 위축 등으로 제 때 고객의 환매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영향보다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설계 구조와 판매, 운용 보고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외 무역금융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점검하고 전문가들의 대안을 제시해본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사실 상당히 위험한 상품입니다.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여기서는 완전히 깜깜해요. 기초 자산에 대한 현지 실사도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 사모펀드 전수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환매중단 상태인 무역금융펀드 일부 운용사는 해외 현지 운용사와 원활하게 소통이 되지 않아 소송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상품 설명서에 기재한 유명 보험사를 통한 100% 신용보강 약속도 제대로 지켜진 것인지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럼에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은 대개 3등급 정도다.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은 1등급(매우 높은 위험), 2등급(높은 위험), 3등급(다소 높은 위험), 4등급(보통 위험), 5등급(낮은 위험), 6등급(매우 낮은 위험)으로 분류한다.



철저히 해외 현지 운용사에 의존해야 하는 재간접펀드 특성상 투자위험등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상품 설계 초기단계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줄줄이 환매중단


'라임 사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6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더플랫폼 아시아 무역금융펀드 1Y'가 환매 중단됐다. 판매사는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스왑뱅킹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1호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청산됐으나 2호부터 환매 중단됐다. 


해외 기업의 무역 매출채권을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대로 회수하지 않아 환매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10호까지 팔린 해당 무역펀드의 환매 중단 규모는 1470억원으로 추산된다. 환매중단 초기에는 무역을 정상화할 경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해외 운용사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소재한 'Tria Asia(TA)'이다.


또 TA가 만든 무역금융펀드를 기초로 NH투자증권이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하고 KB증권이 판매한 'KB에이블DLS신탁 TA인슈어런스 무역금융'도 환매 중단됐다. 해당 규모는 1000억원 가량이다. 500억원 규모의 유동성 보강까지 했던 KB증권은 투자금의 50% 선지급에 나섰다. 금융당국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이다.


이 외에도 '삼성솔루션 감 기무라(GAM Kimura) 무역금융 사모펀드'(운용사 삼성자산운용, 판매사 KB국민은행), '퍼시픽브릿지 골드인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운용사 퍼시픽브릿지자산운용, 판매사 삼성생명), '유니버설 인컴 빌더 펀드 링크드 파생결합증권'(발행사 NH투자증권, 판매사 삼성생명) 등도 환매중단 상황을 겪었다. 이 가운데 감 기무라 무역금융펀드는 투자위험등급이 보통 위험인 4등급이다.


해당 펀드들은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처럼 사기에 연루된 것이 아닌 정상 펀드다. 그러나 일부 펀드는 상품 설명서와 다른 기초자산 변경, 최초 약속한 신용보강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판매사들이 안전한 상품이라고 판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 코로나19탓?···기초자산, 신용보강 논란


더플랫폼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피해자들은 상품을 소개받을 당시 100% 신용보강을 위한 보험에 가입한 안전한 투자처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기초자산에 포함한 매출채권 중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TA가 보험사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만약 신용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커진다. 


기초자산도 논란이다. 더플랫폼 무역금융펀드는 OPAL-TA Alt Limited(이하 OPAL)가 모펀드인 아시아무역금융펀드(ATFF)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이지만 실제로는 ATFF가 아닌 OPAL에 투자했다는 게 투자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판매사는 처음부터 상품제안서에 ATFF에 편입한 OPAL에 투자한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다고 항변한다.



일부 무역금융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무역 경색으로 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정상화하면 원금은 물론 일부 수익도 거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초 상품제안서를 믿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원금 상환에 불안해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더플랫폼 뿐만 아니라 해외 무역금융펀드도 재간접펀드이다보니 일반 투자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구조를 갖고 있다"며 "신용보강이 이뤄진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는데도 환매가 지연되고 원금조차 받을 수 없다면 불완전판매라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 상품 브로커는 판매사부터 찾는다···보상 문제도 '산넘어 산'


국내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무역금융펀드를 비롯한 해외 재간접펀드의 비정상적인 플레이어 모집을 꼬집었다. 해외 상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전문 상품 브로커가 있는데, 먼저 판매사를 방문해 확보한 후 운용사를 끼워 넣는다는 것이다. 이는 운용사가 설계해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펀드 상식과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펀드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발뺌하기 좋은 방식으로 펀드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부실 실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운용사는 실사를 위해 해외 운용사를 방문한다. 하지만 펀드의 기초자산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현지 실사를 여행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해외 재간접펀드는 수익, 리스크 관리, 청산까지 철저하게 해외 운용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 플랫폼파트너스와 NH투자증권은 TA 측에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TA 측이 제대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상당히 답답해하고 있다.


본격 소송전에 돌입해도 투자자들이 언제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매출채권 별로 신용보강에 들어간 보험사도 제각각이어서 투자자마다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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