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씨티銀 인수 실익 적다?
'높은 몸값' 씨티銀 인수시, 비은행 계열사 지원 감소 불가피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매각설(철수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DGB금융지주가 유력 인수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8개 은행지주 가운데 수도권 영업력이 가장 약한 DGB금융 입장에선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이 매력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씨티은행 영업점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인수에 따른 실익은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비이자이익 확대가 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굳이 큰돈을 들여 씨티은행 소매금융을 인수할 필요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비이자이익 확대가 그룹 전체 이익 증대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깨달은 상황이다. DGB금융도 이를 인지하고 벤처캐피탈(VC)과 저축은행 인수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DGB금융지주>


◆ 씨티은행 수도권 영업점 29개, 매력적이지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씨티그룹이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DGB금융이 유력한 미래 인수자로 손꼽히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에서 비롯된다. 씨티은행의 영업점은 철저하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17년 전국에 있는 영업점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뒤 씨티은행의 영업점은 ▲서울 20개 ▲경기 9개 ▲인천 1개 ▲지방 8개로 나뉘어 있다. 전체 영업점 가운데 78.9%(30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는 DGB금융의 영업점 분포와 큰 차이를 보인다. 


DGB금융은 전체 은행 영업점 163개 가운데 87.1%(142개)가 대구와 경북에 몰려 있다. DGB금융을 포함해 지방은행지주의 숙원인 수도권 진출을 위한 발판인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영업점을 합해도 총 8개밖에 되지 않는다. 비율로는 4.9%다. 이는 다른 지방은행지주인 BNK금융(19개), JB금융(34개)과 대비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금융이 수도권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는 시기에 씨티은행 소매금융에 눈독을 들일 만한 곳은 지방은행지주"라며 "이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 자회사가 한 곳이고 수도권 영업력이 가장 낮은 DGB금융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을 하는 DGB금융에겐 WM(개인 자산관리)에 특화한 씨티은행의 소매금융과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의 WM 경쟁력은 많은 은행지주들이 탐내는 부문이지만, 특히 기업대출 위주의 영업을 해온 DGB금융에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DGB금융의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의 64.3%가 기업대출이다. 가계대출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DGB금융의 이자수익의 대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DGB금융은 지난 2019년 '기업영업전문역(PRM) 제도'를 도입해 수도권 영업 강화에 나선 상황이라 굳이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할 필요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PRM은 금융권 경력 20년 이상인 시중은행 퇴직자 중 영업력이 뛰어난 이들을 채용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기업대출뿐 아니라 신용카드, 퇴직연금 등 영업 전반을 맡고 있다. DGB금융은 내부적으로 PRM 조직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비이자이익' 맛 봐···VC·저축은행 인수가 먼저


이처럼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이 DGB금융에 썩 나쁘지 않은 퍼즐처럼 평가되지만, DGB금융이 가장 '먼저' 보강해야 할 부분이 소매금융이라는 분석엔 반론이 더 우세하다. DGB금융 내부적으로도 2018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인수한 하이투자증권이 엄연한 '효자 자회사'로 자리잡으면서, 비은행 부문에 대한 추가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DGB금융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3073억원에서 3323억원으로 8.1%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18년 인수한 하이투자증권을 포함한 비은행 부문 자회사들이 올린 비이자이익의 증가가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36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7.2% 증가했다. 반면, 이자이익의 증가율은 1.3%에 지나지 않았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뒤로 DGB금융의 은행 의존도도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저금리 장기화가 고착화돼 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서 많은 은행지주들이 취하는 생존 전략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 11%(2017년)였던 DGB금융의 비은행 부문 의존도(당기순이익 기준)는 2019년 31%, 2020년 44%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씨티은행 인수를 통한 소매금융 강화는 이 같은 경영 기조와 정반대의 결정인 셈이다. 


DGB금융지주의 기조는 비은행 부문 계열사 확대를 통한 비이자이익 증대이다. <출처=DGB금융지주 IR 자료>


씨티은행의 적지 않은 몸값도 인수 실익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9월 말 순자산은 6조2953억원이다. 8개 은행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약 0.4배인 점을 고려하면 씨티은행의 가격은 2조원대 중반이다. 소매금융 부문만 매각하더라도 최소한 2조원 내외는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치이다.  


DGB금융의 지난해 12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자본총계)은 117.4%다. 금융당국 상한선이 130%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4000억원의 자본을 자회사에 추가로 지원할 여력이 있다. 여기에 자회사 배당과 자본증권 발행 등을 더하면 1조원가량의 실탄은 무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룹 내 자본을 끌어모을 경우 비은행 부문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당분간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DGB금융의 경영 기조는 비은행 부문 강화"라며 "매년 DGB생명, DGB캐피탈, 하이투자증권 등에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들의 영업력을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씨티은행 인수에 큰돈을 사용할 경우 당분간 비은행 부문 계열사 지원은 어려워지거나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DGB금융 입장에선 오히려 중소형 증권사를 하나 더 인수하는 게 그룹 실적 증대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현실적으로 DGB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VC나 저축은행 인수에 더 큰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DGB금융이 올해 안에 BNK금융에 이어 지방은행지주 가운데 두 번째로 VC를 자회사로 편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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