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금융펀드의 함정
판매사들 '사실상 원금보장' 권유
②구두로 '원금보장' 전달했을 시 입증 힘들어···분쟁 장기화 전망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적인 재간접펀드(fund of funds)인 해외 무역금융펀드가 무더기 환매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불법행위 및 사기 등에 연루된 '라임사태'와 달리 정상적인 무역금융펀드조차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제무역 위축 등으로 제 때 고객의 환매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영향보다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설계 구조와 판매, 운용 보고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외 무역금융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점검하고 전문가들의 대안을 제시해본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200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이 예외 없이 안심하고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아시아무역금융펀드(펀드명: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 1Y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에 맡긴 배경에는 '사실상 원금 보장이나 다름없다'는 금융사 영업점 직원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내가 (원금 손실을) 불안해 하자 영업점 직원이 100% 신용보강보험에 든 기초자산에만 투자한다며 안심시켰다. 기초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펀드가 만기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수익금도, 원금 상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림=팍스넷뉴스>



◆ "100% 신용보강보험 가입해서 원금 보장됩니다"


더플랫폼자산운용이 설계한 아시아무역금융펀드는 지난 2019년에 우리은행(약 870억원)과 신한금융투자(약 600억원)에서 주로 판매됐다. 환매중단으로 수익금은 고사하고 투자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신금투 직원들의 구애는 적극적이었다.  


개인투자자 B씨는 "내게 펀드를 판매했던 우리은행 직원은 쇼호스트처럼 영업했다"며 "펀드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는 등 '이 좋은 상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영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펀드가 환매중단되자 B씨에게 펀드를 판매했던 직원은 연락을 띄엄띄엄 받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최근에 해당 직원은 다른 곳으로 발령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과 신금투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구애 작전'을 펼친 건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예·적금과 같은 원금이 확실히 보장되는 상품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세자금이나 사업자금 등 중요한 목돈을 1년 가량 안전하게 묵혀두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찾았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입한 건 투자위험등급이 3등급(다소 높은 위험)인 사모펀드 상품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사 직원들의 판매 권유 과정에서 원금 손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2019년은 지금처럼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이었지만, 사모펀드 투자 경험이 매우 적거나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100% 신용보강보험에 가입'이라는 문구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사실상 원금 보장이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 신용보강보험의 '함정'


신용보강보험 100%는 언뜻 들으면 원금 보장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게 여겨진다. 우리은행과 신금투 직원들도 그런 의미에서 전달했고, 개인투자자들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펀드가 환매중단되면서 신용보강보험에 가입된 자산에만 선별 투자한다는 설명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만약 이 상품의 투자처가 ATFF가 아니거나 100% 신용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는 우리은행, 신금투에서 상품 판매시 안내한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명백한 '사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신금투, 플랫폼자산운용 등은 신용보강보험에 가입된 자산에 투자됐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플랫폼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펀드 구조에 대해선 펀드제안서(상품설명서)에 설명한 대로"라고 전했다. 


하지만 신용보강보험에 가입한 자산에만 투자했다 하더라도,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상품마다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과 보험금 한도 등이 다르게 결정돼 있다"며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해서 보험금이 꼭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신용보강보험이 원금을 보장한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은행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아시아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상품 설명서. 여기에는 '원금 보장'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영업점 직원들은 구두로 원금 보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 KB증권이 투자원금 50% 선제 지급한 까닭


ATFF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투자 상품 가운데 환매중단된 상품은 또 있다. 바로 KB증권이 1000억원가량 판매한 'KB에이블DLS신탁 TA인슈어런스 무역금융'이다. KB증권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재 투자원금의 50%를 선지급한 상태다. 우리은행과 신금투가 보상 방안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과 크게 차이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등에서 아시아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한 변호사는 "KB증권에선 세일링 포인트를 3가지로 잡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원금 보장'이었다"며 "이는 판매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선보인 상품설명서 요약본에 명시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본사 차원에서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투자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B증권 측은 "당사는 보험 특성상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의 투자위험등급을 2등급(높은 위험)으로 책정했다"며 "이를 고객용 설명서에 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NH투자증권에 자산의 세부 내역과 보험 관련 자료 입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상품의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고통받는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유동성 지원 방안을 마련한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신금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선보인 상품설명서 요약본에 '원금 보장'을 명시하진 않았다. 단, 앞서 언급했듯이 영업점 직원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아시아무역금융펀드를 설명하면서 구두로 '원금 보장'을 강조했다. 따라서 본사 차원에서 원금 보장이라는 확실치 않은 조건을 달아 판매하도록 독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은행과 신금투가 본사 차원에서 '원금 보장'을 언급하도록 했는지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럴 경우 개인투자자들과 판매사, 운용사 간의 분쟁 조정 과정이 길어질 수 있고, 실제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그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ATTF에 편입된 기초자산 중 100% 신용보강보험에 가입된 채권만을 대상으로 참여계약을 맺은 구조"라며 "해당 내용은 상품제안서에 명시돼 있다. 당행은 판매사 지위에서 보험 청구 권한이 없어 해외 운용사(TransAsia Private Capital)에 지속적으로 보험 청구를 요청하는 등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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