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믿는 구석
美정부 등에 업은 인텔에 씁쓸한 삼성...韓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5일 08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설동협 기자] 필자의 학창시절 기억을 어렴풋이 끄집어 내 보자면 이렇다.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기만 하는 친구도 어렵지 않게 떠 오른다. 그 중 놀기만 하는 친구에게 필자는 뭘 믿고 그러는지 넌지시 묻곤 했다. 돌아 오는 대답은 신경 끄라는 말 뿐이었다.


그런데, 놀기만 했던 친구 중 의외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부잣집 막내였다고 한다.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던 셈이다. 


비단 필자 뿐 아니라, 대부분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든든한 뒷배가 있는 지인을 볼 때면,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이 대표적이다. 인텔은 당장 22조원 가량을 투입해 미국 내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나서겠단 야심찬 출사표를 내던진 상태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5나노급 생산 능력을 지닌 주요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는 탓이다.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은 수 년간 14나노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굳이 미세화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아도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가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야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부랴부랴 7나노 개발에 나섰다. 이마저도 오는 2023년쯤에야 양산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파운드리 부문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적 갭을 따라잡기가 사실상 불가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인텔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단연 미국 정부가 떠 오른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원활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언뜻 보면 원론적인 멘트에 불과하지만, 눈 여겨 볼 점은 미국 정부의 실행력이다. 


최근에는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인터내셔널(SMIC)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을 무역 제재명단에 추가한 상황이다.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적극 힘을 실어 주겠단 미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놀기만 하던 인텔이 미국 정부란 든든한 뒷배를 두게 된 순간, 자연스레 '큰 손' 고객으로 불리는 미국 내 IT업체들은 인텔의 파운드리로 몰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 삼성전자는 어떨까. 당장 그룹 총수부터 기나긴 사법 공방 끝에 부재 중이다. 우리 정부에 의지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 반도체 업체의 매출 대비 정부 지원금 규모는 미국 업체 대비 3배 가량 낮은 수준으로 집계된 상태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꿈꾸는 삼성전자로선 씁쓸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주요 국가들의 격전지가 됐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적극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 이제 우리 정부도 기업의 '믿는 구석'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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