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블게이트 민낯
고팍스 판박이 약관…고객보호 조항 삭제?
이용 해지시 자산 환불 규정도 제외...운영 위험 소비자에 전가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09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아라 기자] "제3자가 불법적으로 회사의 서버에 접속하거나 서버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는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면 배상하지 않는다"


지난 2018년 해킹 발생 불과 열흘 전, 코인레일의 약관에 위와 같은 내용이 추가됐다. 마치 해킹을 암시하는 듯한 문구로 당시 업계에서 코인레일이 의도적으로 해킹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무려 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약관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포블게이트는 표준약관 형태를 대체적으로 따르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하는 설명·의무 조항을 대부분 삭제해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거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고의성이 다분해 보인다.  



포블게이트의 약관은 고팍스의 약관과 순서가 대부분 일치하고 내용도 비슷하다. '서비스의 내용과 유의사항', '서비스 이용 수수료' 등의 조문이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고팍스의 약관을 참고로 핵심 뼈대를 갖추면서도 자사에 유리하도록 내용을 수정·삭제한 것으로 짐작된다. 


일찍부터 현행법에 맞는 표준 약관 형태를 유지해온 고팍스는 국내 5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약관 시정명령을 받지 않았다. 빗썸과 코빗은 각각 두 차례, 두나무와 코인원은 한 차례씩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표준약관이 없기 때문에 중소형 거래소들은 주로 고팍스의 약관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블게이트의 약관이 고팍스와 비슷한 것도 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고객 보호 조항을 제외하면서 약관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포블게이트는 고객 권리 보호는 물론이고 고객에게 피해를 주거나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의 조문을 삭제하면서 고객 보호 의무를 대폭 축소했다.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빠져나갈 구멍을 곳곳에 만들어놓은 셈이다.


▲고팍스(좌)의 약관과 포블게이트(우)의 약관, 고팍스의 약관에는 고객 보호 단서조항이 규정돼 있는 반면, 포블게이트의 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삭제돼 있다. (고팍스와 포블게이트 홈페이지 이용약관 참고)


통상 약관은 본문에 원칙을 적고 단서에 예외 조항을 규정한다. 회원의 의무와 권리를 먼저 명시한 후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이를 추가하는 형태다. 포블게이트는 단서 조항을 빠트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회사의 약관 명시 설명의무와 개정'에 대한 내용을 규정한 제2조 3항·4항이 대표적이다. 포블게이트는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약관을 개정할 경우 30일 전에 공지하도록 한 2조 3항 단서 조항을 삭제한 후 같은 내용의 4항도 지웠다. 약관을 바꿀 때 관련 내용을 일주일 전부터 공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본문은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고객 보호를 위한 고지 의무 조항은 규정하지 않았다. 


약관에서 관련 내용이 사라지면서 고객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졌다. 약관 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적용 전날까지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포블게이트의 이용 고객이 일주일 넘게 거래소를 방문하지 않으면 약관의 효력을 적응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팍스(좌)의 약관과 포블게이트(우)의 약관, 고팍스의 약관에는 고객 보호 단서조항이 규정돼 있는 반면, 포블게이트의 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삭제돼 있다. (고팍스와 포블게이트 홈페이지 이용약관 참고)


회원정보 사용에 관한 조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의 정보를 회사나 제휴업체에 제공할 때 고객의 동의를 받도록 했는데, 고객이 자신의 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 불이익에 대한 내용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고팍스의 약관에는 단서가 명시돼있지만, 포블게이트의 약관에는 해당 부분이 삭제돼있다. 고객으로부터 반쪽 동의를 받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것이다.


▲고팍스(좌)의 약관과 포블게이트(우)의 약관, 고팍스의 약관에는 고객 보호 단서조항이 규정돼 있는 반면, 포블게이트의 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삭제돼 있다. (고팍스와 포블게이트 홈페이지 이용약관 참고)


이용 해지 조문에도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 포블게이트는 고객이 이용 해지를 신청할 경우 이를 지체없이 처리하도록 한 조문을 삭제했다. 고객이 탈퇴를 신청해도 이를 처리할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고객을 강제로 묶어 이용자 수를 부풀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원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회원의 자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조항도 포블게이트의 약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고팍스는 고객이 이용계약 해지로 회원등록을 말소할 경우 회원의 자산을 반환하도록 했지만, 포블게이트는 돌려주지 않아도 약관 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약관은 계약의 일반 당사자가 특정 종류의 계약을 여러 고객과 반복해서 체결할 것에 대비해 미리 작성해 둔 계약 조항이다. 신속·대량·반복거래 획일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지만, 계약의 자유나 공정거래를 해칠 우려를 지닌다.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명시설명 의무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용자의 신고가 있는 경우 약관 조항을 검토한 후 약관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인정할 경우 이를 무효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에서 사법적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실명계좌 발급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요 시중 은행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업자에 대해 준법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25일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금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약관을 손 본 것도 이 때문으로 짐작된다. 고객 피해가 우려되는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국내 시중 은행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포블게이트 측은 "고팍스 약관을 따라하진 않았다"며 "약관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경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내부에서 약관 개정을 위해 검토를 진행 중으로 언제나 회원들이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블게이트, 고팍스 약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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