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파도에 몸을 맡겨라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MSCI

[팍스넷뉴스 이현중 편집국장] 한때 세계 제조업의 절대지존이었던 일본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론이 JIT(Just in time, 적시생산방식)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양만큼의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하는 이 방식은 도요타식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과 동의어로 쓰였다. 일본이 미국 자동차시장을 점령했을 당시 효율적인 생산관리를 대변하는 이론의 자리를 차지하며 우리 기업들도 앞 다투어 제조공정에 도입했다. 부족한 자원에 기질적으로 절약이 몸에 밴 일본식 문화를 그대로 투영한 JIT는 비용절감, 재고감소, 품질향상을 가져왔지만 이제 JIT의 시대도 기울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공황으로 몰고 간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엮인 제조업은 셧다운된 각국 부품 공장 앞에서 라인을 멈춰야 했다. 비용 최적의 중간재 공급처는 믿을 수 있는 루트가 아니다. 최소 비용보다는 부품 공급 자체가 문제로 떠올랐다. 공급 체인에서 한 곳이 끊기면 전체 공정이 멈춰야 했다. JIT를 대체해 JIC(Just in case)가 화두다. 비용이 아닌 위험에 대처해서 공급망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기업의 생존이 걸렸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장이 멈추는 사태와 같은 일이 앞으로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영의 목표와 관련해 주주를 중심에 두어왔던 주주가치 극대화 이론도 발상지인 미국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을 묻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더 나아가 환경, 사회 변수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놓였다.


주주의 이익이 ESG로 대체되고 있다. 모두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은 듯 ESG로 모여들고 있다. 금융, 컨설팅, 미디어 등 기업을 중심에 둔 거의 모든 부분에 ESG 깃발이 나부끼는 듯하다. 기업들의 복잡한 공급망뿐 아니라 공급업체의 공급망까지도 분석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의 탈탄소 선언도 일고 있다. 기업 평판에서 ESG 변수가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비재무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기주의와 외부비용 등 다양한 문제를 노정한 주주자본주의가 역사의 뒤안길에서 자본주의 역사를 서술하는 벽돌책의 한 장(障)정도의 서술에 그칠 날이 올 수도 있다.



지금은 기업 홍보의 수단으로, 금융사의 투자상품으로, 컨설팅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미디어의 수익원 정도로 ESG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일 뿐이다. 코로나가 던진 지속가능성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선 지금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ESG의 파도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 또한 미래 어느 때 되돌아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썰(說)에 그칠지라도 지금은 유행을 넘어 추세적 흐름으로 굳어질 개연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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