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사태는 의약품 위탁생산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에 쫓겨 다양한 편법이 이뤄진 전형적인 사례다. 솔직히 안전·유효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이정도 편법은 만연하다."
오랜 기간 의약품 생산.관리직을 맡았던 한 제약사 관계의 말이다. 과거 생물학적동등성(이하 생동성) 데이터를 조작해 큰 곤혹을 겪었음에도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을 상대로 행정조사를 실시해 ▲첨가제를 변경허가 받지 않고 임의 사용 ▲제조기록서 거짓 이중 작성 ▲제조방법 미변경 ▲원료사용량 임의 증감 등의 약사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또 식약처는 위반사항이 발견된 복제약 제조위탁을 맡긴 바이넥스 위탁사 24곳과 비보존제약 위탁사 5곳을 점검한 결과, 일부 제약사의 수탁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며 행정처분 조치를 예고했다.
식약처는 전국 위·수탁 제조소 30개소에 대한 긴급 특별점검 결과도 발표했다. 긴급 특별점검 결과,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과 동일한 위반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1개소에서 완제품·원료시험 미실시, 제품표준서 일부 미작성 등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위반한 사항을 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15년 전 국내 제약산업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생동성 시험 결과 조작 파문'을 떠올리게 한다. 오리지널약의 특허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약회사들은 동일한 성분을 갖는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이때 임상시험은 진행하지 않고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생동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
당시 일부 제약사들은 복제약의 약효가 오리지널약과 동일함을 입증하는 시험결과를 조작해 논란이 일었다.
시험자료를 조작했거나 조작혐의가 짙은 복제약들 중에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제약사들의 제품들도 포함돼 있어 국민불신까지 조장됐다. 의사들이 복제약 처방을 꺼리고 오리지널약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의약품은 신뢰도가 생명이다.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같은 사례가 반복될수록 국산약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도 직격타일 수 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타산지석삼아 우수한 의약품 품질관리 능력을 갖춘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또 다시 적당한 선에서 주저앉는다면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국산약에 대한 신뢰를 주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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