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SK E&S가 1조6000억원 규모 해상가스전 투자를 최종 결정하며 신용등급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 3사는 SK E&S의 대규모 투자가 단기간 내 재무부담 악화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특히 1분기 회사채 정기평가 시즌을 앞두고 있어 이번 투자가 신용등급 하향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SK E&S가 최근 호주 바로사-칼디타 해상가스전 개발사업을 비롯한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재무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사-칼디타 해상가스전은 SK E&S가 2012년부터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Santos)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곳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천연가스 매장량만 7000만톤 정도다.

SK E&S는 2025년을 프로젝트 준공 시점으로 정하고 이후 연간 130만톤의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자금은 총 14억달러(1조6000억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E&S는 호주 소재 자회사에 대한 지분 출자 7628억원과 사업 개발을 위한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서비스 계약 관련 금전 채무에 대한 보증을 마쳤다.

늘어난 재무부담은 다가올 회사채 정기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승희 나신평 연구원은 "당사는 국내 도시가스와 LNG발전 사업으로 안정적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과중한 배당지급과 공격적 투자기조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순차입금의존도나 총차입금/EBITDA 등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들이 하향 트리거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므로 이번 투자결정을 회사채 정평 때 반영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이미 지난 1월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당시 SK E&S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당시 한기평은 SK E&S가 4년 동안 1조4000억원을 균등 분할해 투자를 진행하면 재무부담이 가중되리란 판단에 따라 신용등급을 1노치(Notch) 하향 조정했다.

김미희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최근 공개된 SK E&S의 투자계획에 따르면 지난 1월 조정 때보다 투자기간이 1년 정도 더 확대되며 부담이 줄어들긴 했지만, 투자금 자체가 2000억원 가량 높아졌다"며 "한기평은 이미 올해 초 해상가스전 투자부담에 따른 리스크를 신용등급에 반영했으므로 이번 발표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없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결과만 있는 건 아니다. 신평사들은 해상가스전 사업이 SK E&S의 재무구조를 무겁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향후 LNG 발전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보였다. SK E&S는 호주 해상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를 국내 LNG 발전소 연료와 청정 수소원료에 사용할 계획이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 E&S는 최근 LNG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를 통해 향후 사업진행에 필요한 LNG의 안정적인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가스전 지분 확보, LNG 트레이딩, 수소·태양광 등 신규 사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사업안정성 및 경쟁력,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