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만 얹을 생각인가
코오롱 4세 이규호 부사장, 성과 낼 텃밭 찾기보다 능력 입증에 집중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07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유명 영화배우의 수상소감으로 익숙한 표현이다. 자신의 희생보다 타인의 역할론에 의미를 더 부여한 이 말은 주로 겸손한 태도를 표현할 때 쓰인다.


하지만 이 표현은 본래 남들이 하는 일에 슬그머니 발을 들여 이득을 취하려는 의미를 지녔다. 우리는 그동안 주위에서 숟가락을 얹는 행위를 숱하게 지켜봤다. 권력을 쥔 정치인과 부를 축적한 대기업 재벌가들이 그랬다. 이들은 타인의 노력과 결과물에 무임승차해 자신들의 성과 인냥 과시하는 가하면, 간혹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일도 야기했다.


코오롱그룹 오너 4세 이규호 부사장은 지난해 말 그룹 인사를 통해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코오롱글로벌로 둥지를 옮겼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자동차(수입차)판매 부문이다.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판매는 건설사업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외관상 핵심사업을 맡긴 것으로 보이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이규호 부사장의 코오롱글로벌 진입은 여러모로 성과 쌓기에 최고의 환경을 지녔다.



코오롱그룹은 일찌감치 수입차 판매에 뛰어들었다. 지난 1987년 소형차 수입을 시작으로 1988년 4월 수입차시장이 전면 개방된 시점부터 코오롱상사를 기반으로 BMW의 국내 판매를 도맡았다. 잔뼈가 굵다는 말이다. 지금은 코오롱글로벌(BMW, 미니, 롤스로이스) 외 범위를 넓혀 코오롱오토모티브(볼보), 코오롱아우토(아우디) 통해서도 타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 판매는 그룹의 주수익원 중 하나다. 해당 부분에서 창출되는 연간 매출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한다. 최근 3년간 매출은 1조1481억원(2018년), 1조1329억원(2019년), 1조4436억원(2020년)으로 오름세다. 전망도 밝다. 수입차시장에서 BMW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1%로 전년 대비 3%포인트(p) 증가했다. BMW 내 코오롱글로벌의 시장점유율은 25%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규호 부사장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빈손' 신세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웅열 전 회장은 이규호 부사장으로의 승계 문제와 관련해 경영능력이 검증돼야한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지분율, 나이 등 환경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후계를 논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룹의 컨트롤타워(One&Only위원회) 구성원이자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따랐다는 점 등에서 향후 이규호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관측되고 있다.


이규호 부사장은 아직 경영능력을 입증받지 못했다. 그룹의 패션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인터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시절만 봐도 그렇다. 그는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승진해 그룹의 패션 사업을 이끌었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해당 부분의 3년(2018~2020년)간 매출은 1조456억원, 9729억원, 8680억원으로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400억원, 135억원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영업손실 10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비단 그룹의 패션부문을 총괄했던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리베토코리아는 줄곧 영업적자를 내며 최근 3년간 손실 규모가 130억원을 상회한다.  


경영능력 검증은 누구나 이해할만한 성과 창출이 기본이다. 승계와 직결된 오너일가에게는 더욱 그렇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경험을 쌓았다는 식의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이규호 부사장은 환경을 탓할게 아니라 그동안 자신의 행보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잘 차려진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만 얹는 것으로는 진정한 능력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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