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되고 카카오는 안되는 벤처투자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09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석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터넷 회사를 꼽으라면 네이버와 카카오를 들 수 있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두 회사는 어느덧 자산 규모 기준 국내 기업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두 회사는 다시 벤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재창업에 준하는 혁신의 바람이 거센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인터넷 포털, 메신저 등 기존 주력 사업들이 내수용 서비스로서 그동안 탁월한 성과를 내왔지만 이제 성장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자회사나 손자회사 형태로 신생 회사를 설립해 성장을 지원하는 형태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를 접거나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통할 만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스레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 국내 벤처캐피탈들도 두 회사가 만든 신생 회사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몇몇 신생 회사에는 벤처캐피탈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카카오보다는 네이버가 만든 신생 회사에 투자금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과 '플레이리스트'는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가 만든 신생 회사에 벤처투자가 이뤄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유독 네이버가 만든 신생 회사에 대한 벤처투자가 활발한 이유가 무엇일까.


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들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촉법)'에 따라 투자 범위가 제한돼 있다. 벤촉법 39조에 따라 벤처캐피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투자하지 못한다. 대기업집단에 벤처투자가 쏠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뜻밖에도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에 해당하지만 네이버는 그렇지 않다. 대기업집단은 매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산규모가 10조 이상으로 평가되는 기업을 선정해 지정한다. 작년 5월 기준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의 자산 규모는 10조원에 이르지는 못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오는 5월에 공정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벤처투자를 받는 것은 어려워진다. 최근 몇 달 사이 네이버 자회사들이 연이어 벤처투자를 유치한 것도 네이버의 대기업집단 지정 시점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의 신생 회사들이 벤처투자 분야에서 네이버와 달리 차별을 받는 상황은 정상적이진 않다. 나아가 대기업이 만든 신생 회사에 대해 우리나라 벤처캐피탈들의 투자를 전면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해외 벤처캐피탈들은 일본의 소프트뱅크나 미국의 구글, 아마존이 투자하거나 만든 신생 회사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또 카카오의 신생 회사들도 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활발하게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한동안 정부와 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자본으로 유니콘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컸었다.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이 주로 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성장했던 것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대기업집단의 신생 회사들이 해외 자본의 도움만으로 유니콘이 되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 대기업이 만든 신생 회사라고 해서 다른 신생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든든한 모회사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 시장에 나가면 흔하게 존재하는 신생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대기업집단이 만든 신생 회사에도 국내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열어줘야 한다. 벤처캐피탈이 일부 자금을 상장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던 것과 같이 대기업집단에 대한 투자도 충분히 일정 부분 열어줄 수 있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나라 신생 회사에, 대기업과 벤처캐피탈이 함께 투자·육성해 유니콘으로 키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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