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격전
'LG에서 SK로' 집단이직으로 촉발된 갈등의 골
ITC 판결 후에도 합의금 등 접점 찾기 난항…합의 이루고도 앙금 여전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1일 18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각 사)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무려 2년간의 대립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부문)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하기까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재계 안팎에서 양사의 이번 합의를 '극적'이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양측의 대립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00여명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발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의심 속에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수주를 이끌자 SK이노베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폭스바겐 관련 제품과 기술을 다뤘다"며 "SK이노베이션이 기술 탈취로 수주를 따냈다"고 주장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에 나서야한다는 입장을 지속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의혹을 줄곧 부인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이직에 대해 "정상적인 채용을 진행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자발적 이직이었다"고 주장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만 갔다. 양측은 소송과 맞소송에 나서며 대립각을 더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5월 SK이노베이션을 경찰에 고소했고,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냈다. 그해 9월에는 ITC에 특허침해 소송에도 나섰다. 양측은 거듭된 수장간 접점 모색에서 입장차만 확인할뿐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팽팽하던 무게추는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으로 기울었다. ITC는 지난해 예비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사건이 시작된 뒤 고의로 문서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조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 조단위 합의금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상황은 SK이노베이션에게 더욱 불리하게 돌아갔다. ITC는 지난 2월 3차례 연기 끝에 최종 결정을 내놨다. ITC는 SK이노베어션 측에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의 최종 결정 이후 양측은 실무협상을 재개하며 합의를 모색하려했다. 하지만 격차는 여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3조원 이상을 요구했고, SK이노베이션 측은 1조원을 고수했다.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판결 이후에도 자세를 낮추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의 판결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취했다.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의 요구조건이 당사의 사업경쟁력을 현격히 낮추거나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을 정도라면 수용하지 말아야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향해 ITC 판결 이후에도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협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TC가 내린 결정 자체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공신력 있는 증거"라며 "세계 기준인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해 SK이노베이션에 조건을 제안해왔는데, 이를 무리한 요구하고 한다면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합리적은 보상(금액)이 아니면 합의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10년 수입금지 제재를 무효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사활을 건 것이다.  


하지만 양측은 분쟁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좌시할 수 없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은 기존처럼 "무조건 합의금을 줄 수 없다"고만 할 수 없었고, 맹목적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댈 수도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상장은 물론, 국내외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 문제 등 입지 공고화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극적 합의는 한미 양국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 이는 이날 양측이 발표한 공동입장문에도 잘 녹아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었던 흔적은 공식입장문 외 양측이 추가로 낸 회사 측 입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분쟁해결의 공로를 둘 사이에서 찾기 보단 양국 정부에 돌렸다. SK이노베이션은 "장기간 지속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사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배터리 격전 18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