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일양약품 오너가 3세인 정유석 부사장(사진)이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올해만 여섯차례에 걸쳐 800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지분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장남 정유석 부사장이 어떻게 지배구조를 확고하게 가져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 부사장은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정 부사장은 재경, 해외사업 등 일양약품 주요 사업부문을 두루 거쳤다. 2012년에는 해외사업‧마케팅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형제 중 유일하게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전무,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회사 주식 장내매수를 재개하며 지배력 끌어올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테마로 주가가 폭등하자 주식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긴 다른 가족과 엇갈리는 행보다.
정 부사장이 일양약품 지분 승계를 본격화 한 것은 2003년이다. 정유석 부사장은 일양약품 보통주 25만4775주를 장내매수 해 처음으로 지분 3%를 넘겼다. 2011년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4.07%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2015년 전환사채(CB)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정 부사장의 지분율은 3.8%로 하락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3월 보통주 7000주를 장내매입하면서 지분을 다시 확보하기 시작했다. 1년여 만인 지난달 총 4번에 걸쳐 6000주를 사들이더니 올 4월 2일과 5일 각각 1000주씩을 장내매수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등하기 직전과 직후에 자기회사 주식을 매입한 셈이다.
정유석 부사장이 향후 지분을 취득할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정 부사장의 지분율이 아직 3.9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 1%를 끌어올리려면 약 60억원을 들여 19만주 이상을 매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아버지 정 회장의 지분 21.84%(416만7794주)을 넘겨받는 것이 승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석 부사장이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과 증여, 지주사 설립으로 나뉜다.
과거 정 회장은 승계과정에서 블록딜을 이용해 지분을 손쉽게 늘렸다. 정도언 회장은 2002년 故 정현식 전 회장, 이영자씨가 갖고 있던 지분 59만9127주(8.25%)를 인수했다. 정 회장은 총 27억원을 들여 정 전 회장 부부가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정도언 회장은 장내매수를 병행해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정유석 부사장은 사실상 증여를 통해 정 회장의 지분을 이어받을 확률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일양약품의 주가(3만5000원선)을 감안했을 때 정 부사장이 정 회장의 지분을 블록딜로 사들이기 위해선 약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 효과로 주가가 상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주사를 통해 우회 증여를 하는 방편 또한 일양약품의 자산(3423억원)이 총액 요건인 5000억원에 못 미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정 부사장의 지분 취득 등과 관련해 "승계에 대해선 공유 받은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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