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의 미청구공사 관리 노하우는
17년 재무개선 이후 대손충당 늘려, 변수는 이라크 카르발라 등 해외현장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3일 12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현대차그룹 소속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대형건설사로는 드물게 대규모 해외부실이 발생하지 않은 곳으로 손꼽힌다. 여타 건설사에 비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사실 현대엔지니어링에 해외부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결은 손실 쪼개기다. 지난 8년간 미청구공사채권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대손충당금을 쌓되, 이를 연도별로 철저히 나눠서 분배했다.


◆13~15년 미청구공사 리스크 가장 커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리스크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3~2020년 미청구공사채권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7273억원에서 2014년 1조5449억원으로 1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어 2015년에도 1조3767억원으로 여전히 1조원을 상회했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채권을 자기자본과 비교해볼 경우 2013년 77%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2014년 63.3%, 2015년 50.8%로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2013~2015년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에서 저가수주한 물량에서 부실이 표면화 된 시기다.



한차례 위기가 지나간 후,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저가수주를 지향하기 시작했고 점차 미청구공사 규모를 줄여나갔다. 2016년 9525억원으로 3년만에 1조원 늪에서 벗어났고 2017년에는 5000억원 이상을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2018년 일시적으로 5818억원으로 늘긴 했지만 이후 다시 4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503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도 크게 개선됐다. 2016년 31.7%를 기록한 후, 2017년부터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17년부터 미청구공사 중 대손충당금 반영 늘려


주목할 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리스크 관리 방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2015년 미청구공사 채권이 무려 1조원을 넘었지만 이중 대손충당금으로는 각각 92억원과 125억원을 쌓는데 그쳤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부채가 1년만에 2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130%를 꾸준히 상회하는 등 재무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현대엔지니어링이 6%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재무건전성을 개선했고 그 결과 2017년부터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춘 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부터 미청구공사채권에서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는 금액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7년 269억원, 2018년 388억원, 2019년 196억원, 지난해 201억원 등이다.


이같은 추세는 미청구공사채권 중 대손충당금 비중만 살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4~2015년에는 각각 0.6%와 0.9%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6년에는 최근 8년간 최저수준인 0.5%를 기록했다. 반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6.6%와 6.7%로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고 2019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4.9%와 4.5%를 기록했다.


즉 재무상태 개선으로 체력을 보강한 상태에서 대손충당금을 늘린 덕분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재무적 타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8년간 1400억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연도별로 나눠 분배한 덕분에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악화도 모면할 수 있었다.


◆알제리의 Ain Arnat, 공사 끝났는데 미청구공사 발생


과거에 비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리스크가 양적으로 감소한 것은 맞다. 다만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셧다운된 해외 현장 탓이다. 작년 12월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채권 중 플랜트 인프라 사업의 비중은 76.2%에 달한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해외에 몰려있다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현장만 살펴봐도 해외 비중이 확연히 높다. 총 7곳 중 해외현장은 4곳, 국내현장은 3곳으로 엇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내현장 중 현대케미칼 HPC 프로젝트(396억원)와 현대차 GBC 신축(5억원) 현장은 발주처가 같은 현대차 계열사로 공사대금을 떼일 우려가 거의 없는 곳들이다. 동북선도시철도 민자사업(19억원)도 일시적으로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현장이다.


반면 해외현장은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우선 알제리의 Ain Arnat 1200M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9월이 준공기한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공사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률이 이미 100%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청구공사채권 79억원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총 공사비가 7조원에 달해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약 9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카르발라 지역에 하루 14만배럴 규모로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설비를 짓는 공사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 4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지난해 근무 중인 현지 노동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7월부터 10월까지 공사를 중단했다. 공정률은 94%에 머물러 있고 미청구공사만 236억원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 현장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아직 공정률이 23%에 불과하지만 미청구공사액이 1011억원에 달한다. 공정이 초기 단계이고 프로젝트 규모가 2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미청구공사액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공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미청구공사가 발생할 경우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청구공사액이 전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경우에도 위험신호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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