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위험이 낮으면 등급도 낮다?
ESG 평가의 모순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0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국내 대표 정유업체 에쓰오일(S-Oil)과 SK이노베이션의 환경(E)등급은 각각 A+, A다. 우리나라 대표 IT 회사 네이버와 카카오의 환경등급은 각각 B+, C다. 


이들의 환경등급을 비교하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일반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환경을 오염할 위험이 높은 기업은 ESG 환경 등급이 낮아야 맞다. 정유업체들의 탄소배출량은 업계 중 최고이며, 원유 또는 가스 유출, 화재의 위험이 큰 산업군이다. 반대로 IT 기업은 환경을 오염시킬 리스크가 적은 산업군이다. 따라서 환경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타당하다.


실제 등급은 예상과 정반대다. 정유업체는 각종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분야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환경 긍정 영향'이 '환경 부정 영향'을 뛰어넘도록 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 배터리 소재사업 등을 영위하는 등 각종 친환경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탈황·탈질설비, 첨단 폐수처리시설, 집진설비 등 환경저감 시설을 확보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대로 애초부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업은 적용받는 규제가 적다. 정유업체처럼 대응책을 갖출 필요가 없어, 환경 관련 경영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낮다. 환경등급 점수가 낮은 이유다.



'관심'에 큰 비중을 두는 현재의 ESG 평가 체계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기업의 환경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해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ESG 지표가 우수해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환경사고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로 밝혀질 수 있는 당황스러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런 문제는 실제로 일어났다. 환경점수 A+를 받은 에쓰오일 정유공장에서 지난달 총 8000리터(L)의 기름이 유출됐다. 긴급 방제를 진행했지만, 원유는 인근 토양으로 스며들었고 일부는 울산 이진항으로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로 해상 기름 유출은 어류, 해양 조류 등 해양 생태계를 죽게 만드는 심각한 환경오염 요인이다.


아울러 2018년까지 환경등급이 A였던 LG화학은 화재 및 폭발사고, 가스누출 사고가 매년 수차례 발생하면서 지난해 C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롯데케미칼의 환경등급은 B+다. 수차례 환경을 파괴하는 이벤트를 일으킨 LG화학, 롯데케미칼이 환경 사고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네이버, 카카오랑 동급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ESG 등급이 기업의 환경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해야 등급의 유용성도 올라간다. 환경 파괴의 정도가 환경 훼손 유발 기업보다 낮은 기업들이 무조건 S-Oil, SK이노베이션보다 높을 필요는 없겠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정도의 재조정은 필요하다. 처음부터 환경을 지켜온 기업이 오히려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