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지붕 두지주
한 템포 쉬는 'SK㈜-중간지주' 합병, 득과 실은
최태원 지분 희석 우려에 스톱…하이닉스 투자·지분 추가확보 숙제 해결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1일 10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SK텔레콤 신설 중간지주사와 그룹 지주사 SK㈜ 합병을 통한 SK하이닉스 직접 지배 계획을 보류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SK텔레콤 인적분할 이슈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지주사간 합병이 후순위로 밀린 가장 큰 이유로 최 회장의 SK㈜ 지분율 희석 우려를 지목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손자회사' 꼬리표 여전한데, 여유 찾은 SK


당초 SK텔레콤 인적분할 결정은 SK㈜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위를 자회사로 격상시켜 자유로운 투자여건을 만들어주자는 데에서 비롯됐다. 인적분할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SK㈜와 신설 투자지주회사간 합병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던 이유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경우 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100% 소유(국내기업 한정)해야 한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으로 곳간에 돈이 넘쳐났어도 SK하이닉스가 그간 국내 유망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지분 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다. 


인적분할 전후 변화 지배구조 (표=SK텔레콤 제공)


현재 SK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인적분할을 거치게 되면 '최태원 회장→SK㈜→신설 투자지주→SK하이닉스'로 재편되고, 여기서 다시 그룹 지주와 중간지주사가 합병할 경우 '최태원 회장→SK㈜→SK하이닉스'로 간결해지게 된다. 


SK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무엇보다 손자회사에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규제도 해소하기 위해선 이 같은 작업은 필수처럼 여겨졌다. SK하이닉스 M&A의 걸림돌을 치우고, 통신 본업에 가려진 SK텔레콤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작업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SK는 신설 투자지주사와 SK㈜ 합병설을 일축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현 시점에선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지주를 합병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그룹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우선 SK하이닉스를 투자지주회사로 이동시킴으로써 중간 지주사를 통한 간접 투자의 길은 열렸다. 그동안엔 모회사가 통신을 주사업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자회사에 대한 지원 사격이 어려웠는데, 투자지주사 산하로 옮기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또 연내 중간지주사 설립까지만 완료해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 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율 30%' 조항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이렇게 아낀 비용만 벌써 10조원이다. 합병을 미룬다고 해도 사실상 SK 입장에서는 밑질 게 없는 장사다.


◆ 합병 속도조절…대주주 지분 희석·SKT 주주 반발도 잠재워


SK가 인적분할에 이어 합병까지 단번에 수행하지 않은 가장 이유로는 단연 SK㈜에 대한 최태원 회장(18.29%)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덕분에 SK텔레콤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막았다.


오너 입장에선 합병상대 회사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합병비율이 유리하게 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엔 합병시 보유 지분율이 낮춰지면서 자칫 그룹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보다 쉽게 와닿는다. 분할을 앞둔 SK텔레콤의 20일 종가는 30만5000원이다. 올 1월 첫 거래일과 비교하면 28.7% 오른 금액이다. 지난 16일엔 52주 신고가(30만90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설 투자지주 자회사로 이동하는 SK하이닉스 주가 흐름도 비슷한 양상이다. 올 1월 대비 10% 가량 뛰었다. 20일 종가는 13만8500원이고, 지난 달 52주 신고가(15만500원)를 기록해 비슷한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SK㈜ 주가흐름은 영 신통치 않다. 1월 말 36만500원으로 가격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달 말엔 23만8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20만원 후반대로 소폭 반등한 수준이다. 


결국 합병을 위한 선제조건은 SK하이닉스 등 ICT 자회사들을 거느리게 될 중간지주사의 주가가 SK㈜보다 낮아야하는데, 중간지주의 기업가치가 당장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주가의 임의적인 조정 또한 불가피한만큼 두 지주간 합병은 당분간 없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그룹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시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으로 현재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SK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불필요한 잡음이 나올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번 SK텔레콤 인적분할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논점은 SK㈜와 중간지주사간 합병시점이었다"면서 "최태원 회장 지분율 희석 등 문제가 얽히면서 SK텔레콤 주주 측면에선 단기 리스크는 제거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시기의 문제일 뿐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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