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에 투자된 59조원
머스크 한마디에 17조, 시장 미성숙과 부정적 정부 기조에는 투자자 책임도 있어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09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원재연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때마다 시장에서 항상 나오는 우려는 '2018년 가상자산 불장'과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다. 기술력은 커녕 백서 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로 시장에 선보여진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투자자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프로젝트들로 인해 이내 곡소리를 냈다.


올해의 가상자산 시장은 옛날의 그것과는 다르다. 전체 거래 규모는 코스피 거래액의 2배인 30조원을 넘어섰고,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000조원까지 올랐다. 각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와 개별 코인에 대한 자금세탁방지가 시작되고, 중앙은행들은 블록체인 기반 화폐(CBDC) 도입을 준비하고 나섰다. 시장의 규모와 건전성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도지코인(DOGE)이 보여주는 상황은 아쉽게도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기적인 성질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IBM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장난으로 인터넷 밈(Meme, 유행)을 차용해 3시간만에 만든 코인이다. 도지 라는 이름도 개(dog)를 잘못 쓴 밈을 따온 것이다. 


아무런 곳에서도 쓸모 없던 도지코인이 유명해진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덕이다. 비트코인의 열광적 지지자로 알려진 머스크는 지난해 말부터 SNS에서 도지코인을 언급하기 시작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달에는 도지코인의 심볼인 시바견이 달을 바라보는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에 올려 놓을 것"이라 했다. 


머스크의 발언 후 지난해 말 개당 1원도 되지 않던 도지코인은 이달 약 600원 수준까지 올랐다. 전체 시가총액은 약 56조원까지 올랐으며, 최근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을 제치고 거래량 1위를 달성하며 하루 거래액 17조원을 넘어섰다. 


정말로 달에 갈 수 있을까. 명백히 장난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코인은 사실 어떠한 유용성도 없다. 주로 레딧과 같은 창작자 커뮤니티에서 팁 용도로 쓰이거나, 장난스러운 기부 용도로 쓰이는 것이 주된 쓰임새였다. 


기술적으로도 특별할 것이 없다. 애초 '럭키코인'이라는 랜덤 채굴 코인에서 파생되었고, 1분마다 만개가 생산되며 그 양은 무제한이다. 2013년 최초 발행 이후 도지코인은 현재 약 1200억개 이상이 유통되고 있다. 


달에서의 화폐든, 온라인 결제든 기술적으로나 발행량으로나 도지코인이 채택될 일이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난 2018년을 겪은 상당수의 투자자들과 전문가들도 인지하고 있다. 머스크 마저 "도지코인 마스코트가 귀여워서 아들에게 사줬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과 달리 투자자를 보호할 대상인지 조차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정부가 보인 부정적인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은 이해가 된다. 가상자산의 가격에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반영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는 적정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반면, 도지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에 돈이 몰려 투기판이라는 원죄를 벗어날 길은 멀기만 하다. 물론 시장을 이렇게 흘러가게 만든 것은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아닌 한탕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탐욕에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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