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변신은 무죄
금융지주의 벤처캐피탈 인수·설립 '호황'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7일 14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박제언 차장] 은행은 태생이 보수적인 금융기관이다.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맡아두는 게 첫 번째 목적이기 때문이다. 투자 행위를 하더라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른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한다. 위험자산으로 간주하는 대출이나 투자를 하기 위해선 많은 자기자본을 갖춰야한다는 의미다. BIS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금융당국에서 해당 은행에 시정조치를 내릴 정도다. 그러니 은행은 자연스레 보수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은행들이 너도나도 벤처캐피탈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지주들이 시장실패 영역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을 신규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품에 안게 됐다. 불과 4~5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벤처캐피탈을 계열사로 둔 은행은 극히 드물었다. KB국민은행 계열의 KB인베스트먼트만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이제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벤처캐피탈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하나벤처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벤처투자, 농협금융지주의 NH벤처투자, BNK금융지주의 BNK벤처투자가 대표적이다. DGB금융지주 역시 최근 수림창업투자를 인수하며 벤처캐피탈업에 발을 담갔다.


사실 KB인베스트도 수년 전까지 벤처캐피탈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다. 보수적인 은행 정책에 따라 이렇다 할 투자나 회수를 할 수 없었다. 대표이사도 은퇴를 앞둔 부행장급이 잠시 거쳐가는 자리였다. 그러던 KB인베스트는 KB국민은행에서 기업금융(IB)을 담당하던 박충선 전 대표가 내려오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보신하려기보다 KB인베스트의 격을 높이려 노력했다. 이후 벤처캐피탈의 '끝판왕'인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최고투자책임(CIO)을 맡던 김종필 대표가 영입되며 KB인베스트는 현격하게 바뀌었다. 단순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이 아닌 투자사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딜과 인재가 자연스럽게 KB인베스트에 몰리는 상황이다.


뒤늦게 벤처캐피탈업에 뛰어든 은행들은 KB인베스트의 사례를 눈여겨 볼 법하다. KB금융지주는 은행업와 벤처캐피탈업에 대해 다름을 인지하고 특별한 간섭없이 KB인베스트를 지원해준다. 그렇기에 과거와 달리 때론 공격적인 투자와 과감한 회수를 하며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도 하고 있다. 심사역(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보상체계도 다른 벤처캐피탈 못지 않은 수준으로 바꾸었다. KB금융지주 산하에 있지만 독립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체계를 충분히 갖추게 해줬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지원에 김종필 대표의 노력이 단기간내 KB인베스트의 퀀텀점프를 이끌었다.



그만큼 제대로 벤처캐피탈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독립성이다. 금융지주 혹은 은행에서 물먹은 임원을 계열 벤처캐피탈로 내려보낼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벤처캐피탈은 다른 IB보다 더욱 치열한 곳이다. 20% 남짓의 성공 확률을 두고 투자를 고민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십년간 안정을 추구하던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독립적인 투자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단지 시대 흐름과 유행에 따라 벤처캐피탈을 인수 혹은 설립한 것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은행권도 벤처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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