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 필요, 고용 악화 속 집단이기주의 정당성 잃기 쉬워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호정 산업3부장] '공정(公正)'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근래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외치는 시위가 부쩍 늘고 있다. '내로남불' 식 여러 사건을 거치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선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와 같은 90년대에나 통용됐던 말들이 다시 회자될까. 문제는 공정이란 단어가 끼워 맞추기 식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단 점이다. 최근 끝장 투쟁을 선언한 홈플러스 노조(노조)만 해도 그렇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온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마트노동자를 유통기한 지난 상품 취급하는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대형마트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선동적 문구가 담긴 플랜카드를 들고 나온 행태가 이해되질 않는다.



물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안정적 미래사업을 명분삼아 주요 점포를 잇따라 자산유동화(매각) 하고 있으니, 노조의 주장처럼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근무할 곳이 줄면 잉여인력에 대한 감축에 나설지도 모를 일인 까닭이다.


다만 노조의 목소리가 홈플러스 전체 직원을 대변하는 것인지, 단순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노조의 이번 시위 과정이 코로나19로 격변한 유통생태계에 대한 고민 없이 과거 보여준 일련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어서다.


노조는 2015년 MBK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부터 매년 임단협에 앞서 연례행사마냥 시위를 해왔다. 과정을 추리면 '협상안 제시→기자간담회로 명명된 규탄대회 개최→인상률 낮춘 협상안 제시→사측에 대한 의혹 제기→재협상→타결' 순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당초 노조는 18.5%의 인상안 제시한 후 여론몰이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홈플러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인상률을 5.9%를 낮춘데 이어 최종 3.3%를 제시, 최근 사측과 합의점을 찾으면서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끝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공정을 기치로 내걸고 여론몰이에 다시 나선 이유는 뭘까. 아마 내년도 임단협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집단이기주의가 아닐까 싶다. 실제 홈플러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노조의 우려만큼 인력이 줄지 않았다. 회계연도(2월 결산법인) 기준 임직원 수가 2018년 2만4442명, 2019년 2만3679명, 2020년 2만2168명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퇴사 및 정년에 따른 자연감소분으로 볼 수 있는 수치다.


나아가 임금 역시 실적 악화와 별개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올려줬던 것으로 판단된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사들인 후 첫 임단협을 진행한 2017 회계연도만 해도 매출액(6조6067억원)은 전년 대비 2.1% 줄었지만, 영업이익(3091억원)이 흑자전환 되면서 직원들의 연봉을 평균 6.1%씩 인상해줬다.


2018 회계연도의 경우 영업이익(2384억원)이 전년 대비 22.9%나 감소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적 이슈에 발맞추기 위해 전체 직원 중 75.3%의 연봉을 최대 14.7%까지 올려줬다. 아울러 2019 회계연도 역시 영업이익(1510억원)이 1년 전보다 36.7%나 줄었지만 임금인상률은 7.2%에 달했고, 무기계약직 1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배치 했다.


생각해볼 대목은 홈플러스의 2020 회계연도 경영여건이 호봉제와 일부 인사권, 익스프레스 주5일제 도입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만큼 여력이 있었냐는 점이다. 만약 있었다면 홈플러스 역시 코로나19로 판세가 뒤집힌 유통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사와 같이 온라인 강화에 방점을 찍지 않았을까.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듯 2020 회계연도 홈플러스는 노조반발에 영업부진까지 겹치며 현금이 메마른 탓에 제자리걸음만 했다.


노조가 애초 노동조합을 설립했던 취지를 다시 상기해보길 바란다. 경기침체로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는 정당성을 잃고 만다. 노조가 주장하는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홈플러스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부터 이뤄져야 한다. 파업 대신 상생을 통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노조의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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