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진섭 기자] 써니전자가 1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인수한다. 이번 투자까지 따지면 써니전자 총 자산 약 650억원 중 90% 안팎을 투자자산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써니전자는 태평양물산이 발행한 무보증 사모사채 10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만기는 다음달 28일, 표면이율은 5.8%다. 단기 회사채임을 고려해도 기업 총 자산의 15% 가량을 사채에 투여하는 건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써니전자는 현재 본업인 통신장비 제조업보다 금융업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써니전자의 매출액은 2019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16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2억원에서 12억원으로 하향세를 그렸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6억에서 53억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비결은 투자였다. 금융수익은 24억원에서 61억원으로, 순현금은 52억원에서 410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써니전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4건의 사모사채와 10여건의 사모펀드, 2건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투자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평가차익은 135억원에 달한다.
써니전자의 변신은 실적의 두 축인 수정진동자(특정 주파수를 만들어 내는 전자 회로)와 통신사업의 사업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써니전자의 두 사업 부문 매출은 164억 정도로 10년 만에 100억원이 줄었다. 그간 85%대에 이르던 매출원가율을 60% 중반까지 줄여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매출하락폭을 견디기 어려웠다. 원재료 가격 상승, 수요처의 지속적인 단가인하 요청,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 심화 등이 사업성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체질전환은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출신의 차상권 대표와 최창근 상무 '투톱'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각각 대표이사와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그때부터 써니전자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취임 해에 차 대표는 종속회사 3개 중 2개를 청산하는 강수를 둔다. 해외생산기지 써니전자연태유한공사(중국 소재)와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써니 USA(미국 소재)를 정리해 적자폭을 줄였다. 또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듬해 써니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배 가량 증가했다.
투자자산은 크게 늘렸다. 지난 2017년 137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산 규모는 2018년 225억원, 2019년 386억원으로 빠르게 늘더니 지난해 기준 520억원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써니전자는 금융통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곽영의 회장은 써니전자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고 비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해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그 아들인 곽경훈 부회장도 미등기임원인 경영고문으로 내려왔다. 곽 전 부회장의 형인 곽동훈 전 부사장은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고, 동생인 곽선아 씨도 지분 전량을 장내매도했다. 9.65%였던 곽 씨 일가의 써니전자 지분은 3.36%로 줄었다. 최대주주는 3.22%를 보유한 곽경훈 경영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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