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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과 면피, 한 끗 차이
딜사이트 류세나 산업1부 차장
2021.05.06 08:18:04
'얼룩 세탁용' 반복기부 지양돼야…아름다운 선행으로 역사에 길이 남길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딜사이트 류세나 산업1부 차장] "삼성전자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공장을 하나 짓도록 합시다." 


삼성전자 본사인 수원시 영통구 공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엔 '무궁화전자'라는 장애인근로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다. 1994년 삼성이 장애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장애인만을 위한 기업이다. 이곳에선 삼성전자 핸디형 청소기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개발, 생산되고 있다. 벌써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인연이다. 


무궁화전자 설립은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1993년 한 해 이익의 20%가 넘는 234억원이 투입됐다. 거액의 기부보다 장애인들 스스로가 먹고 살 방법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자립의 방안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삼성전자 실무진들은 당장 우리나라보다 앞서 장애인공장을 세운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며 자문을 구했다. 그 과정에만 무려 6개월이 걸렸다. 그 결과 공장을 비롯해 기숙사,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등 몸이 불편한 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갖춘 사업장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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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오래 전부터 기부문화가 활성화 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일부 임직원들은 매월 급여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기부금을 모으고, 회사는 이렇게 모인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출연한다. 이것도 벌써 11년째 정착된 삼성의 문화다. 


삼성의 3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또한 작은 곳에서부터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룹 승진자 수백여 명에게 축하화환 대신 승진자들 명의로 불우이웃돕기 성금 30만~50만원씩을 기탁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계열사 사장 자녀의 결혼식 때도 축의금 대신 기부증서를 전달하거나 쌀화환을 보낸 모습도 왕왕 포착됐다. 


이런 기부 문화의 출발점엔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故이 회장은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온 회장 생일 때마다 계열사 사장단이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순금을 선물하던 관습을 깨버렸다. 


"앞으로 내 생일에 이런 금붙이를 선물하지 마세요. 대신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하세요." 


임직원들이 기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기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그리곤 이후 매년 1월9일 故이 회장의 생일이면 사장단은 선물을 살 돈으로 봉사단체 등에 기부한 내역을 적어 전달했는데, 그때마다 故이 회장은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故이 회장은 78년 생을 마치면서도 일평생 축적한 부의 60% 이상을 사회에 상속세와 기부로 돌려놨다. 감정가가 낮게는 2조~3조원, 높게는 10조원까지 형성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사회에 환원했다. 생전 좋은 일에 쓰기로 약속했던 1조원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치료를 위해 쾌척했다. 재계 곳곳에선 '아름다운 유산', '세기의 기부'란 칭송이 이어졌다. 물론 일각에선 옥중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위한 보여 주기용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사실 그간 재벌기업들의 사회환원 계획 발표는 대부분 부정적 사건 발생 직후 실과 바늘처럼 따라왔다. 반복돼 온 고정패턴이다. 이런 탓에 진심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중에 반성의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세탁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故이건희 회장이 2008년 기부 계획을 밝혔던 것 또한 차명계좌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번 천문학적인 액수의 기부를 두고도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랜 기간 사회환원에 힘써왔더라도 그릇된 행위가 주는 낙인효과가 뇌리에 오래 남는 영향도 어느 정도 반영됐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삼성의 기부는 한 번쯤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여 줌이 마땅하다. 삼성의 새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본인 스스로가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악습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번 상속절차 마무리는 사실상 아버지 시대의 종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년 5월 이 부회장은 '국격'이라는 단어를 두 번에 걸쳐 써가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었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와 같은 변명도 없었다. 그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앞으로의 삼성에선 편법승계 철폐 , 준법경영 준수, 무노조 경영을 이행하고, 경영권 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3세 체제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진정성을 믿어 보련다. 새 시대에선 반드시 삼성의 아름다운 선행이 다른 얼룩으로 가리는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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