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가운데, 차후 경영 향방이 주목된다. 우선 전문경영인체제를 이어가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현 기조를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 지분 등을 근거로 허울뿐인 사퇴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홍 회장은 회장직 사퇴와 함께 경영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4일 밝혔다. 그간 남양유업을 둘러싼 잡음에 이어 이번 불가리스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며 "이번 결심이 설 때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홍 회장의 발표에 따라 남양유업은 전문경영인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문경영인인 이광범 대표이사도 불가리스 논란으로 사퇴한만큼 신규 대표이사 선임도 주목된다. 대리점 및 소비자 대상으로 한 신뢰회복 차원의 보상책 및 경영전략도 구축해야하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향후 대책이나 경영전략에 대해 아직 내부적으로 정리중인 상태"라며 "구체화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지배구조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홍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한 정리를 어떻게 할지 관심사다. 홍원식 회장(51.68%) 등 오너일가 지분만 53.08%인 상황에서 회장직을 사퇴하는 수준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냐는 내용이 골자다. 경영승계를 하지 않는다지만 현재 기준으로 실질적인 기업 소유를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홍 회장의 사퇴가 미봉책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세종시가 남양유업 제품 생산량의 40%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세종공장의 영업정지를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청문회를 의식한 결단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현재 회사 소명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며 낙농가나 대리점 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 홍 회장이 고령(1950년생)인데다 두 아들이 갖고 있는 지분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경영승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추후 지분 증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꼽힌다. 홍 회장에게는 장남 홍진석 상무와 차남 홍범석 본부장 등 두 아들이 있다. 홍 상무는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으며 홍 본부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비록 홍 상무가 현재 보직해임된 상태지만 얼마든지 복귀할 수 있고 두 아들 모두 회사 요직에 있는 만큼 오너일가가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홍 회장의 발표 이후 남양유업이 현재 고심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지분문제일 것"이라며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남양유업 지분 향방에 따라 업계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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