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코로나19로 국내 골프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에프앤씨도 실적 개선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브랜드별 타깃 소비층에 따라 실적 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 올해 목표로 잡은 5000억원 매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해 2924억원의 매출과 4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7%, 영업이익은 32.1% 증가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17%로 같은 기간 2.5%포인트 상승했다. 순이익 역시 이 기간 246억원에서 389억원으로 58.1% 급증했다.

실적 전반이 이처럼 개선된 이유는 골프웨어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골프장 업계가 호황을 맞이했고, 해외여행 제한으로 신규 골퍼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판매수수료 비중이 추가적으로 하락해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다만 시장은 크리스에프앤씨가 이 같은 실적 개선에 마냥 안심하기엔 이르단 반응이다. 수익성이 개선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기 때문이다. 실제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해 제품 판매 증가로 매출이 늘었지만 원재료 매입비용은 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나 줄었다. 

브랜드별로 매출 회복 속도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시장에서 크리스에프앤씨에 실적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다. 이 회사는 주요 브랜드로 라이선스 브랜드인 핑, 파리게이츠와 자체 브랜드인 팬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별 매출 비중은 파리게이츠 33.4%, 핑 29.2%, 팬텀 23.9%, 마스터바니 에디션이 9.5%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파리게이츠는 97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4.7% 성장했고, 핑 역시 85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2% 증가했다. 반면 자체 브랜드인 팬텀은 699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브랜드에 따라 타깃 소비층이 나뉜다. 파리게이츠는 30~45대 고소득층, 핑은 45~55세의 중산층을 공략하는 브랜드인 반면, 팬텀은 이보다 높은 연령의 소비자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팬텀의 경우 아울렛이나 대리점 유통채널이 많다 보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회복이 다른 브랜드보다 더디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크리스에프앤씨가 2018년 상장 당시 밝힌 '2021년, 매출 5000억원'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프웨어를 제외하곤 국내 패션산업 전반이 코로나19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크리스에프앤씨가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 중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인수 및 신규 브랜드 론칭 등의 성공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는 까닭이다.

크리스에프앤씨 측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8년 당시 세운 목표는 지금 상황에서 아쉽게도 현실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현 목표는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잘 되는 고가브랜드는 매출을 더 끌어 올리고, 저가 브랜드들은 타깃 연령층에 맞게 디자인 방향을 바꾸는 등 리뉴얼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3년 안으로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