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석유화학 제품인 테레프탈산(TPA)가격 반등으로 삼양그룹 계열사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TPA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삼남석유화학(삼남석화)는 1년 만에 흑자전환 가능성을 키운 반면, TPA로 최종재를 생산할 삼양패키징은 원가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7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TPA 가격은 지난달 말 톤당 676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4월 평균가(톤당 417달러)대비 62.1% 급등했다. TPA는 주로 폴리에스터 원단이나 페트칩(PET Chip)을 만드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 확대, 코로나19로 인한 패션수요 부진에 따라 가격이 급감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TPA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가격이 강세를 보였고 주요 생산기업들이 저위가동에 들어가면서 가격이 뛰게 됐다.

TPA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연간 2200만톤씩 생산하는 중국 소재 두샨에너지와 헝리석유화학이 지난달 2주 간 공장가동을 멈췄고 이달 들어서는 시노펙의 TPA 설비도 정기보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남석화 입장에선 TPA 반등이 크게 반가운 상황이다. 이 회사는 TPA 가격이 안정화 됐던 2019년에는 3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지난해는 판가 급감으로 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해서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PX와 TPA의 가격이 뛴 가운데 이들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원재료가)도 안정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을 만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가격만 유지된다면 삼남석화를 비롯해 효성 등 TPA 생산자들이 올해 재미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남석화와 달리 또 삼양패키징은 TPA 가격반등이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삼양패키징은 외부업체로부터 페트칩을 납품 받아 페트병을 생산·공급하는 곳인데 페트칩의 원료가 TPA와 에틸렌글리콜(EG)인 까닭이다.

삼양패키징은 이미 석화제품가 반등으로 연초부터 불안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삼양패키징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6% 늘었지만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25.4% 감소했다. 1분기가 전통적 음료시장의 비수기로 꼽힌 것과 원료가 상승이 더해진 결과다.

TPA 가격 상승은 삼양사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삼양사는 삼양패키징의 최대주주(66%)로 지난해와 올 봄 두 차례에 걸쳐 삼양패키징 투자사들의 보유 중이던 이 회사 주식 165만5441주를 매입했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만 300억원이 넘는다. 삼양패키징이 원가부담으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낼 시 삼양사는 연결재무제표상 이익감소 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배당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여지가 있다.

삼양사로서는 2년 전에 삼양패키징과의 페트칩 거래관행을 깬 점도 다소 아쉬움을 느낄 대목이라고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2014년 설립 이래 줄곧 삼양사로부터 페트칩을 공급받아 왔다. 2018년에는 전체 페트칩 매입액 가운데 71.2%를 삼양사로부터 들여왔는데 2019년부터는 거래액이 확연히 줄게 됐다. 삼양그룹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에 두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소거한 차원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업계는 삼양사가 삼양패키징과의 TPA를 납품관계를 유지했다면 가격상승에 따른 충격이 조금이나마 상쇄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패키징의 경우 어떤 기업한테 사든 TPA 가격 반등에 따른 충격을 피할 수 없지만 삼양사는 삼양패키징향 공급마진을 남기므로 그룹 내에서 돈을 돌게 만들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