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혈장치료제 개발 실패의 가치
실패 경험 가장 소중한 자산될수도...'도전'을 응원하는 문화 조성돼야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3일 09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민승기 기자] "한국은 유독 신약 개발 실패에 엄격하다.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코로나19 등 펜데믹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기업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겠느냐."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조건부 허가 획득 실패 소식 이후 일각에서 '비난'과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한 바이오벤처 대표의 하소연이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 자문단은 '녹십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에 대한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검증 자문단은 "제출된 초기 2상 임상시험결과는 당초 계획한 대로 탐색적 유효성 평가 결과만을 제시한 것으로 입증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추후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시험결과를 제출받아 허가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코비딕 개발은 녹십자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한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개발에 돌입한 프로젝트다.


녹십자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 극복을 위해 치료제 전면 무상 공급을 선언하고, 회복기 환자들의 혈장 공여 단계부터 치료제 개발 및 생산에 이르기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결국 개발에 실패했다.


녹십자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이 높았던 탓일까. 지코비딕 조건부 허가 승인 실패는 비난과 비판으로 이어졌다. 신약 개발 실패 실패 사례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흔하게 따라붙는 꼬리표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더 큰 당혹감과 실망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실패 후 비난 세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개발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이는 주식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한국은 유독 신약개발 실패에 관대하지 못하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실패에 대한 반복되는 비난은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약품 주권을 책임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도전을 꺼리게 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갑작스런 신종 감염병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애당초 신약 개발은 10개 중 9개 이상이 실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실패 경험이 쌓여 그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녹십자 역시 이번 실패를 거름삼아 다음 펜데믹 상황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낼 수도 있다.


실제로 혈장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신종 감염병 발발 시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위급 상황에서 '일차 방어선'으로 활용하는 공익적인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더라도 '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응원하는 문화가 있다. 당장의 결과보다 그들의 노력과 도전에 더욱 높은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실패를 교훈삼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실패도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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