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이면의 투자 불균형
포스코, ESG 대비 철강 R&D투자 취약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7일 07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기업들 사이에 ESG경영이 뜨거운 화두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ESG경영은 기업이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ESG는 최근 기업 평판과 투자자들의 기업 선택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핵심 경영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철강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철강사인 포스코의 경우 굴뚝산업 특성상 환경과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ESG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해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가진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환경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까지 2년간 환경부문에 집행했던 투자액 약 9700억원을 더하면 5년 사이에 환경에만 2조원을 웃도는 투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포스코가 추진했던 환경투자의 두 배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오는 2024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35% 가량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전에 대한 투자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 지금까지 9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이는 기업 평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1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자해 안전방호장치 설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번 추가 투자는 지난 2018년 5월에 발표한 안전분야 투자 1조1000억원과는 별개로 집행돼 안전관련 투자 역시 5년 동안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포스코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환경과 안전부문에만 총 4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포스코의 연간 총 투자액(개별기준)이 4조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환경·안전에 투자하는 비중만 20% 전후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든다. 포스코가 ESG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는 동안 본업인 철강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얼마나 돈을 썼을까? 금융감독원 자료를 뒤적여보니 포스코가 지난 5년간 철강 연구개발을 위해 쓴 돈은 연평균 약 5200억원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강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현저히 적은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겠지만 ESG경영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재원을 쓰고 있는 것도 무관하진 않을 터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환경과 안전에 투자는 당연히 지속돼야 하지만 자칫 투자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철강 내수시장 방어와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해외 각국의 적극적인 철강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은 이러한 지적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철강 공급과잉이 고착화하면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8년 미국의 수입할당제 시행과 지난해 유럽연합의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각국의 철강 보호무역 강화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국내 시장으로 역수입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인접국인 중국, 일본 등은 호시탐탐 국내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기업들의 차별화한 제품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친환경, 경량화, 고강도 등의 철강재 개발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야만 하는 이유다. 더 이상 범용재 생산만으로는 국내시장을 지킬 수도 수출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포스코는 ESG경영 강화가 100년 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주창하고 있다. 물론 ESG경영이 현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대세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다만 ESG경영을 강화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본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우(愚)를 범한다면 100년 기업의 꿈도 담보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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