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팬오션이 하림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육계회사 하림USA 지원에 나선 것을 두고 재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오션이 만성적자에 빠진 하림USA에 대규모 출자를 해 줄 이유가 없어서다. 때문에 재계는 팬오션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의 미국법인 살리기에 동원된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1월 이사회를 열어 하림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하고 이곳 지분 22%(2800만달러, 312억원)를 인수했다. 이번 출자로 팬오션은 하림지주(47.74%)에 이은 하림USA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림USA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미국 육계시장 진출을 위해 2011년 현지업체 알렌패밀리푸드의 유형자산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곳이다. 하림USA는 2010년대 초반 적자와 흑자경영을 오가며 김 회장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표적인 생인손 계열사로 전락했다.
실제 하림USA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적자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371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올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림USA는 올 1분기부터 대규모 적자를 냈고 지분을 인수한 팬오션은 1분기에만 5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입었다.
팬오션은 추후에도 하림USA와 관련된 손실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하림USA의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상검사에 따라 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손상차손은 사업부문의 미래 가치가 현재보다 떨어질 것으로 판단될 때 해당 금액을 자산에서 덜어내는 한편 영업외비용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하림지주의 경우 하림USA로 인해 지난해에만 448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인식했으며 그 결과 개별기준 39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재계는 하림USA에 대한 팬오션의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림그룹이 그동안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자본잠식에 빠진 하림USA에 출자, 대여, 지급보증을 서게 하는 형태로 이 회사 구하기에 나선 바 있어서다. 작년만 해도 하림지주와 선진, NS쇼핑 등 하림USA 주주들은 이곳에 유상증자로 600억원을 꽂아줬다.
일각에선 이에 하림USA 지원이 자칫 팬오션의 본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팬오션은 2025년 1분기까지 총 7억9500만달러(9015억원)에 달하는 선대 확장 투자에 나설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팬오션의 연결 순이익(907억원)의 10배에 달하는 액수다.
하림그룹 측은 이번 하림USA의 유상증자가 팬오션에 사업적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벌크선 운송업이 주력인 팬오션이 곡물사업 분야에서 하림USA 덕을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림그룹 고위 임원은 "하림USA 주변에는 이 회사가 소비하는 곡물의 2~3배를 쓰는 경쟁사들이 더러 있다"면서 "팬오션은 국내 기업인 터라 그간 미국 현지업체에 곡물류를 납품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는데 하림USA향 공급을 계기로 관련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림USA는 또한 현지에 상당히 긴 철도망도 보유 중이어서 팬오션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매출 증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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