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특성상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치면 그룹 총수의 형제자매는 지분을 정리해 계열분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정 회장의 형제자매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일부 계열사들이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먼저 그룹 내 계열분리 유력 후보로 꼽히는 업체는 ▲현대커머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다. 정 회장의 바로 위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대표와 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정태영-정명이 부부는 현대커머셜 합산 지분이 37.5% 가량에 이른다. 최대주주인 현대차의 37.5%와 동일하다. 부부가 조금만 지분을 더 사들이게 되면 바로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태다. 

현대카드는 ▲현대차(36.96%, 1대주주) ▲현대커머셜(24.54%, 2대주주) ▲기아(11.48%, 3대주주) 등으로 이뤄졌다.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현대커머셜의 1대주주로 올라서 경영권을 확보 후,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을 늘리면 이론적으로 '정태영-정명이→현대커머셜→현대카드' 순의 지배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정의선 회장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게 바로 정몽구 명예회장의 유산상속이다. 법정비율대로라면 정명이 대표도 정 회장과 동일한 지분가치를 상속 받는다.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받게 될 현대차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을 정 회장에 모두 양보하고, 금융사에 한해 계열분리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될 경우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이론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현대캐피탈도 정 회장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현대패키탈은 현대차-기아 합산 지분이 79.69% 가량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그룹과 정의선 회장이 조금만 협조하면 불가능한 수준도 아니라는 게 업계 평이다.

이 밖에 정 회장의 또 다른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이 현재 각자 경영권을 갖고 있는 회사를 가지고 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남매간 지분 정리 작업도 이뤄진 상태다. 

최근 정 고문이 코렌텍 등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반면 현대차그룹 소속 현대위아는 해당 회사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코렌텍은 인공관절을 개발·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정 회장 누나들인 정성이 고문, 정명이 대표, 정윤이 사장 등이 주요 주주다. 

재계에선 정 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남매 간 공동 경영이 이뤄졌던 기존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교통정리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친누나들의 경영 독립을 돕고, 현대차그룹 내 핵심계열사 지분은 본인이 대부분 확보해 체제를 공고화하는 그림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계열사와 연관 없는 업체는 남매간 경영 분리 작업을 통해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금융계열 부문에 대한 분리가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 중 눈 여겨 볼 만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