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롯데정밀화학이 그룹의 친환경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선제적으로 강화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체계를 바탕으로 '그린 소재', '수소'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1월 롯데정밀화학 울산 생산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5일 롯데정밀화학 인천 생산시설을 방문했다. 삼성그룹과의 빅딜(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인수)이 있었던 2016년 이후 4년간 찾지 않았던 롯데정밀화학을 6개월 새 두 차례나 방문한 것이다.

신 회장의 이례적인 방문은 '신사업' 때문이다. 신 회장은 현장을 방문해 "ESG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린소재를 비롯한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신사업 포트폴리오는 '그린소재'와 '수소'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이미 전체 매출의 30%를 친환경 사업인 셀룰로스 부문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 나무와 목화 펄프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첨가제인 셀룰로스는 산업용, 식의약용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건축용 시멘트에 더해져 보수성·윤활성 등의 기능을 부여하거나, 의약용 캡슐 코팅소재, 식품의 질감을 개선하기 위한 식품용 첨가제 등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그린소재 관련 추가 기술을 확보에 나섰다. 기존 산업용, 식의약용 제품의 용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기존 암모니아 사업을 토대로 수소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롯데정밀화학은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태스크포스(TF)에서 수소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그룹의 수소 사업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암모니아 유통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정밀화학이 선제적으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해 온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롯데정밀화학은 탄소발생 저감 노력을 통해 매년 환경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설비효율 향상, 공정 개선, 신기술 적용 등으로 지난해 전년대비 2754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했다. 직접 에너지 소비량 역시 2019년 대비 절반 이상 줄였다. 선제적으로 도입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으로는 재활용률을 2019년 84%에서 지난해 90%까지 높였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롯데정밀화학이 받은 환경(E) 등급은 A다.

지배구조(G), 사회(S) 분야의 등급 관리도 철저히 했다. ESG TF를 꾸리고 지배구조를 지속 개선해 왔으며 컴플라이언스(준법) 관리 강화, 지역사회 소통, 협력사 지원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평가기관으로부터 지난해 G와 S 각각 A, A+ 등급을 부여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정밀화학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종합 ESG 등급 A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춘 점이 그룹이 롯데정밀화학을 중심으로 화학부문 신사업을 활발하는 배경으로 보인다"며 "등급이 우수한 만큼 ESG 지표를 활용한 자금 조달도 용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