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표준계약서 이달 나온다
일각선 "약관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어"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5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신진섭 기자] 벤처투자표준계약서(권고안)가 이달 내 발표될 예정이다. 새로운 투자 유형을 반영하고 투자 단계별 계약서를 세분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표준계약서가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벤처캐피탈 업계에 따르면 벤처투자표준계약서는 이르면 다음주 공개될 전망이다. 중기부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등 벤처투자 유관 단체와 협의를 통해 벤처투자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불공정 투자 관행을 개선해 신생 벤처기업이 더 빠르게, 양질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벤처투자표준계약서 골자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반영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시 상환권 제외 권고 ▲투자단계에 따라 주식인수계약서(SPA)와 주주간 합의서(SHA) 분리 사용 권고 등이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세이프)는 지난해 8월 시행된 벤처투자촉진법을 통해 국내 도입된 투자방식이다. 미국의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티어(Y-combinator)가 고안해 실리콘벨리에서 활용되고 있다. 투자 시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과정을 생략하고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상환의무를 경영권 변동 등 예외적인 경우만 인정함으로써 창업초기기업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세이프를 활용하면 후속 투자자의 기업가치 결정에 따라 선투자자의 지분율이 결정된다. 간접강제 수단으로는 기업가치 상승 시 피투자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사에게 신주를 발행 하도록 하는 채권적 약정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은 "세이프 방식은 투자 담당자 입장에서 간단하고 신속하게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아직 사례가 많지 않아 세이프 방식 투자가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표준계약서는 창업 초기기업부터 중기기업 투자 시 RCPS 투자를 지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CPS(전환우선주) 투자를 유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초기기업의 경우 RCPS 투자가 상환을 재촉하는 고금리 사채로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벤처투자표준계약서 개정안은 특별상환권을 통해 위약금이나 약정금 등 명목으로 정해진 금액을 피투자기업에게 부과하는 내용도 금지하도록 권고한다.


아울러 투자단계별로 SPA, SHA 계약서를 분리형과 혼합형으로 나눠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단일 라운드 투자의 경우 SPA, SHA 혼합형 계약서가 편리하지만 투자 라운드가 거듭되면 주주 간 쟁점이 복잡해지며 분리형 계약서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벤처투자표준계약서가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약관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캐피탈 업계 한 관계자는 "내용을 살펴보면 벤처투자표준계약서는 상환권 제약, 세이프 등을 표준화 했다는데 의미가 있지만 이미 나와있는 벤처투자계약 해설서(벤처기업을 위한 투자계약서 해설서 및 핸드북)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권고안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무상 벤처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가 어그러져 소송으로 비화한다면 벤처투자표준계약서와 투자방식이 얼마나 일치됐는가를 따지는 약관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벤처투자표준계약서 도입은 지난해부터 논의됐다. 벤처투자촉진법에 걸맞는 표준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박영선 전(前) 중기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표준계약서는 당초 지난해 말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업계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을 거치며 발표가 다소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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