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수년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가 또 다시 미국 이온바이오파마를 대상으로 추가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대웅과 대웅제약, 대웅의 미국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를 상대로 2건의 새로운 소송을 미국에서 제기했다. 

이온바이오는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치료용 목적으로 허가, 수입, 판매하는 권리를 갖고 있는 독점 파트너사다. 이온바이오는 현재 경부근긴장이상 등에 대한 나보타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메디톡스, 앨러간(현 애브비)과 합의를 했던 에볼루스는 나보타의 미용목적 수입, 판매 권리만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와의 합의를 마쳤음에도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나보타의 미국 내 치료목적 품목허가 승인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항소법원의 '기각(MOOT)' 결정을 막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항소법원에 '합의 등으로 항소가 무의미해졌다'며 기각 신청을 하고,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절차에 따라 ITC가 '최종판결 무효화' 결정을 내린다. 

최종판결 무효화는 미국 내 다른 재판에서 해당 판결 내용을 법적 증거로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ITC 최종판결에서 '패소'한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최종판결 무효화 결정을 이끌어 내야만 국내외 재판에서의 불리함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메디톡스가 추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항소법원의 기각 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미국 내에서 또 다른 법적 공방이 예고되면서 항소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ITC 최종판결 이후 메디톡스와 에볼루스 간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다툴 여지'가 없어진 모양새였지만 메디톡스가 추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다툼의 여지가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핵심은 항소기각 결정에 따른 ITC 최종판결 무효화 결정을 이끌어 내느냐, 마느냐다"라며 "기각 여부가 국내 민사 재판 등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양사가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ITC가 '나보타 수입금지 명령을 포함한 ITC 최종판결에 대해 항소법원의 항소가 무의미 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메디톡스 추가 소송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가 직접 항소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최종 판결결정은 무효화가 사실상 유력해졌다"며 "항소법원이 ITC의 입장을 존중해 기존 최종 결정을 원천 무효화하는 판단을 신속히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항소법원에서 ITC는 피고일 뿐이며 항소 기각 의견을 개진한 것 또한 의례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ITC의 의견이 배척된 미국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웅과 ITC의 항소 기각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항소를 통한 다툼의 실익이 없는지는 항소법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우리는 미국 판례에 근거해 그 답이 명백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