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지 않아도 되는 빚'의 함정
'회계상 자본' 영구채…'조기상환·가산금리' 리스크도 고려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8일 08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윤신원 기자] 최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의 자본 확충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여전사들의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과 관련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자본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국은 현재 카드사 8배, 비카드사 10배로 규제하던 레버리지 비율을, 비카드사에 대해 내년 9배, 2025년 8배 미만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레버리지 비율'이란 총 자산에서 자기자본을 나눈 값으로, 여전사들의 자본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10배 수준으로 맞추던 레버리지를 8배 이하로 낮춰야 하는 캐피탈사들은 분주해졌다.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자산을 줄이는 방법 뿐이다. 일단 자산을 축소하는 건 영업을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과 직결될 수 있어 '최후의 카드'로 쓰인다. 이 때문에 캐피탈사들은 자본을 늘리는 게 최선이다. 



자본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유상증자를 하거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대부분 '유상증자'를 선호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만기가 30년 이상인 부채로, 만기 연장까지 가능해 '영구채'라고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매년 이자만 상환할 뿐, 원금에 대한 상환 의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성격상 채권이지만, 회계상으로는 자본인 '변종 부채'인 셈이다.


겉으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채권임은 분명하다. 이자만 내면 수십년이고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영구채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회사채나 단기사채, 기업어음(CP) 등 계정상 부채인 채권들보다 많게는 5배가량 금리가 높다. 더한 문제는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첨부된 '콜옵션'과 '스텝업(가산금리 적용)'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발행사는 일정 기간(통상 5년) 후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첨부하는데, 이 기간 내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가산금리가 붙고, 만기를 연장해도 가산금리가 추가로 붙는다. 모든 이자비용은 잉여금에서 차감돼 실질적인 재무상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또 만약 회사가 부실해져 영구채 상환을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이자 상환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하면, 부채가 늘면서 자산은 증가하고, 영구채 상환으로 자본이 줄어들면 또다시 '자본건전성'은 떨어진다. 


자본을 확충하거나 자금을 조달하는 모든 방법에는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당장 재무개선이 급급해 '임시방편용'으로 영구채를 발행하기엔 영구채가 가진 함정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구채는 '갚지 않아도 될 빚'이 아니다. 아무리 만기가 길어도 결과적으로는 자본의 탈을 쓴 '빚'임을 알고 의사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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