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파멥신이 전환사채(CB) 사채권자들의 풋옵션(조기상환권) 행사로 인해 약 400억원 규모 CB를 상환했다. 400억원이 이 회사 1년 반에서 2년 연구비에 달하는 액수인 터라, 파멥신의 향후 유동성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파멥신은 제1회차 CB 사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 때문에 총 394억6000만원에 달하는 CB를 만기 전 자기자금으로 취득해 소각했다고 31일 밝혔다.

파멥신은 2년 전인 2019년 5월31일 총 1000억원 규모의 CB(이자율 0%)를 발행했다. KB-브레인 코스닥 스케일업 신기술사업투자조합(185억원), 키움증권(100억원) 등이 해당 CB를 취득했다.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6만7389원이었으나, 2019년 8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하한선까지 이뤄지면서 전환가액은 4만7173원까지 내려갔다. 이어 파멥신이 지난해 6월 1대1 무상증자를 실시, 전환가액은 원래 금액의 절반인 2만3587원이 됐다.

하지만 주가는 1년 전 무증 직후 2만6000원대로 잠깐 오른 것을 제외하곤 계속 하락했다. 올해 1만원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풋옵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CB 잔액 900억6000만원 중 43.8%에 달하는 394억6000만원 규모의 풋옵션 행사가 풋옵션 첫 날인 31일에 이뤄졌다. 절반 가까운 사채권자들이 2년 만에 원금만 돌려받는 쪽을 선택했다.

31일 파멥신 종가 1만4500원은 전환가액 2만3587원의 61.5%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 회복이 더딜 경우, 파멥신은 3개월 마다 돌아오는 풋옵션 행사일에 CB 원금을 계속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파멥신은 엠에스디(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 임상 1b상 마무리를 앞둔 항체치료제 '올린베시맙(TTAC-001)', 올해 비임상을 마치고 내년부터 임상에 들어가는 면역항암치료제 PMC-309가 주요 파이프라인이다. 올린베시맙과 PMC-309에 대한 바이오업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고, 파멥신은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PMC-309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하며 파이프라인들에 대한 잠재력도 알렸다.

그러나 아직 시장의 기대에 걸맞는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이렇다할 기술수출 계약도 체결되지 않다보니 파멥신의 기업가치는 줄기차게 하락하는 상황이다. 실적도 비슷하다. 코스피 상장 첫 해인 2018년 개별기준 69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19년 96억원을 거쳐 지난해 232억원까지 늘어났다. 올 1분기도 5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멥신 스스로도 자금 경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파멥신의 지난 3월 말 개별 기준 현금성자산은 798억원(현금 267억원, 유동금융자산 526억원, 기타유동자산 4억원)으로 드러났다. 일단 이번 풋옵션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오는 8월과 11월 등에 풋옵션 상환이 추가로 일어날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관건이다.

파멥신 관계자는 이번 첫 풋옵션 행사에 대해 "(이번 CB를)갚아도 유동성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며 담담한 반응을 드러냈으나 이내 "당연히 걱정은 해야 한다"며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의 1년 연구비가 200억~300억원 사이"라면서 "그런데 해외 바이오벤처들을 보면 2~3년치 현금(연구비)을 확보하더라. 그런 측면에서 현금 포지션이 부족한 측면은 있다. 지금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추가 행사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파멥신이 올해 안에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