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KT(AAA)가 첫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나선다. 올해 1월 공모채를 발행한 지 5개월 만이다. KT는 SK텔레콤과 함께 국내에서 초우량등급인 'AAA'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사기업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AAA등급은 흥행보증 수표로 통한다. 특히 KT는 이번 조달에서 일부 트렌치를 ESG 채권으로 발행할 예정이어서 투자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달 1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3일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기구조는 3년, 5년, 10년물로 짜였다. 그중 3년과 5년물은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최초 ESG 채권으로 발행한다. 발행 주관사로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나설 예정이다.

ESG 채권은 친환경 사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종류로 구분된다. 그간 국내에서는 금융기관과 공기업, 제조기업 위주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 ICT 업계에서는 KT가 처음이다.

KT는 ESG 채권 중에서도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지속가능채권은 친환경 사업을 위한 '녹색채권'과 사회가치 창출 사업을 위한 '사회적채권'의 혼합형이다. KT는 이번 조달 자금을 ▲데이터센터(IDC) 에너지 효율 관련 투자 ▲그린빌딩 부동산 개발 사업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은 "KT는 ESG를 올해 주요 경영 키워드로 삼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게 됐다"며 "디지코(Digico)를 기반으로 혁신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초우량등급 사기업이 발행하는 첫 번째 ESG 채권인 만큼 시장에서는 KT 공모채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증권 관계자들은 사실상 오버부킹이 예정된 상황에서 KT가 ESG 채권으로 발행하는 3년물과 5년물의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초우량 수준에 속하는 AAA급의 경우 대게 수요예측에서 예정 발행금액을 웃도는 주문을 받는다. 지난 1월 KT는 20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3000억원의 뭉칫돈을 받으며 최대한도인 4000억원까지 증액했다. 당시 민평금리 기준 -20~20bp의 희망 금리밴드를 제시한 KT는 초과수요에 힘입어 금리 밴드 최하단의 이자로 발행을 결정지었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ESG 채권 품귀현상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작년 12월 국민연금이 오는 2020년까지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ESG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히자 회사채 시장에선 ESG 채권을 향한 투자수요가 폭증했다. 올해 발행된 ESG 채권은 신용등급을 막론하고 수요예측에서 대부분 오버부킹을 기록하는 등 불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우량 등급의 수요예측은 얼마나 많은 투심을 이끌어 조달금리를 낮추는지가 관건"이라며 "KT의 경우 공고한 재무안전성을 갖춘 기업인 데다 AAA등급 사기업이 ESG 채권으로 발행하는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조 단위의 투자수요를 받으며 언더발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