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MSG가 되지 않으려면
건설사, ESG 대유행에 편승…공공의 파격 지원 통해 주택·빌딩서 실현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07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녕찬 기자] "건설사가 친환경 사업을?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불과 1년여 전, 업계 관계자가 콧방귀 끼며 했던 얘기다. 수년간 건설 담당을 했던 분이었기에 당시 업계 초짜로써 일정 부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건설사=친환경'이라는 그림을 쉽게 그리기 어려웠던 현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새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현재는 너도나도 친환경 경영을 외치고 있다. 건설사들도 예외 없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도 ESG는 새롭고 필수적인 기업경영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2년 가까이 일상을 옥죄는 바이러스와 역대급 홍수, 대한파 등을 겪으면서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도 친환경 흐름을 부추겼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지난해 '탈석탄' 선언으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석탄발전소 시공사이자 비(非)금융기관으로서 최초의 탈석탄 선언이었다. 대표 화석연료인 석탄에 대한 신규 투자 및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친환경 경영을 내세웠다. 


GS건설은 지난달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해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선포'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내부 준법시스템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잇따른 ESG 선언을 지켜보면서 대유행에 편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건설 특유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쇄신용으로 ESG를 활용하는 것이다. 친환경 이미지를 과장해 사회경제적 이미지를 취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은 고무적이지만, 이전의 석탄 투자 사업은 그대로 진행한다. 삼성물산은 대표적 해외 석탄 사업인 베트남 붕앙-2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통상 발전소 수명이 30년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은 다소 민망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사업이 95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GS건설이 지난달 도입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은 무려 20년 전인 2001년 이미 국내 도입된 제도다. GS건설 등이 ESG 경영을 홍보하면서 자주 인용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우수한 ESG 평가등급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표 ESG 평가기관 3곳(기업지배구조원·레피니티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ESG 평가를 분석한 결과 22개 기업이 3등급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항변한다. ESG 영역이 광범위하고 평가지표도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ESG 실체가 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ESG가 기업만의 지속가능 전략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임을 감안할 때 ESG를 다루는 주무부처가 대체 어디냐는 불만도 나온다. 


방향성은 명확하다. 하지만 액션 플랜은 불명확해 보인다. 특히 국내 건설업의 핵심 축인 주택사업에서 그렇다. 건설업의 ESG는 주택·빌딩에서 실현돼야 한다. 주택사업에서 눈에 띄는 ESG 성과가 없으니 아직 뜬구름 잡는 마냥 모호하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력을 소비하고 고단열 벽체와 고성능 창호를 사용해 에너지를 아끼는 친환경 거주생활은 아직 와 닿지 않는 현실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에너지소비량의 17%가량을 건물이 차지한다. 일상의 ESG를 위해 친환경 건축 공사가 필요하지만 공공 부문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실정이다. 민간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져 주저하고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ESG 채권 발행을 통해서 '찔끔' 진행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친환경 그린빌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설업의 진정한 ESG 실현을 위해서는 공공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그린뉴딜의 주요 사업인 전기차 보급에 정부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는 건설 공사비 이자 지원 정도가 대부분이다. ESG가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MSG가 되지 않도록 공공의 파격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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