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신규 상장사, 공모가 상향세 '경고등'
금리 인상론 겹쳐…평판 하락 통한 추가 자금 조달 난항 우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3일 16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하반기부터 기업공개(IPO) 흥행을 이유로 공모가를 상향하는 추세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주가 흐름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몸값 욕심을 부리다간 자칫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기업 평판 훼손은 물론 향후 증시를 통한 추가 자금 조달도 어려울 수 있다.


반도체 후공정 서비스(조립·가공·검사) 기업 엘비루셈은 지난달 31일 공모가를 1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5월 26~27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이 141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한 덕분에 희망밴드(1만2000원~1만4000원)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정한 것이다. 


엘비루셈의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할 수도 있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무려 98%가 공모가 최상단인 1만4000원 이상의 가격에서 청약 주문을 넣은 덕분이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 후공정 분야에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엘비루셈에 대한 투자 열기는 높았다.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공모가 희망밴드를 준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실적과 미래성장성을 감안해 기업가치 평가액을 구하고 적정 공모가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했지만 공모 흥행을 이유로 공모가를 상향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올해 5월말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총 37개사였다. 이중 57%(22개)가 희망밴드를 초과한 가격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더라도 공모가 상향 조정을 자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20년 IPO를 진행한 69개 기업중 공모가를 상향한 곳은 단 9곳(13%)에 그쳤다.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인기 종목은 물론 중소형 IPO들도 1000대 1의 청약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를 희망밴드 안에서 확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수요예측 흥행 이후 몸값을 높여 상장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기업의 자체 사업 경쟁력 보다는 증시 및 공모주 시장 호황의 수혜를 입어 IPO 흥행을 달성한 측면이 강한 탓에 최근 일부 기업들에게는 몸값 '거품' 논란이 일고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과열됐던 IPO 기업들의 공모가 상향 조정은 하반기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규 기업들이 상장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과도한 몸값 산정을 위한 공모가 상향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은 총 6곳이다. 이 중 에이치피오(5월14일), 씨앤씨인터내셔날(5월17일), 진시스템(5월26일) 등은 지난 5월 입성했다. 하지만 3곳 모두 상장 당일 공모가를 하회한 채 장을 마쳤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IPO기업의 공모가 상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일명 '성장주'로 묶이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 수요를 떨어뜨린다. 


IB업계에서는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해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서 과도한 몸값 욕심을 부리다가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사태마저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기업 평판까지 훼손될 경우 향후 증시를 통한 추가적 사업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상장기업들은 이후 사업재원 확보를 위한 증자에 나설 경우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데 공모가 하회로 차익을 실현하지 못한 주주들이 많을 경우 낮은 가격에 추가 주식 발행에 나서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공모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IPO는 어디까지나 일회성 이벤트"라며 "오히려 시장 친화적 가격으로 상장할 경우 안정적인 주가 흐름 속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사업재원을 마련하는 식으로 중장기 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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