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경제계 안팎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최근 들어 재계 고위 관계자들과의 스킨십을 늘려 나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3일 김부겸 국무총리, 4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거물들이 잇달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이 한미정상회담과 맞물려 대규모 미국 투자를 결정, 정부의 기를 살려준 직후 보다 드라마틱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2일 4대 그룹 대표와의 오찬에서 경제계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국민 중에서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고충을 이해한다"고 언급, 과거와 비교해 보다 전향적인 입장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전일 문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그룹 대표이사가 오찬을 가진데 이어 4일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5대그룹 사장단과 비공개로 회동한다. 

이 자리에는 그룹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이 참석한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등일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지난 달 취임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5대그룹 사장단과의 상견례 성격의 자리로, 이호승 정책실장이 함께 배석한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재계에서는 전일 문 대통령이 4대그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4일 회동에서 이 실장의 입을 빌려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정·재계는 물론 종교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나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적극 건의하고 있는 것도 고려사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부회장 사면시 국가차원에선 그간 지연돼 온 대규모 투자라는 실리도 챙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경제 5단체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이 부회장 사면론이 거론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3일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간담회 공개 모두발언에서 "세계 반도체시장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다"며 "경제단체들이 연명으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었는데, 정부의 배려를 다시 한번 더 청원드린다.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영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총리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경제계의 목소리와 뜻을 대통령에게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당 내에서도 이 부회장 특별사면에 대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입장이 상당히 변한 것 아닌가하고 느꼈다"면서 "대통령이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언급한 것은 각계각층의 요구와 국민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언론을 통해 "청와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전했다.